10여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이모(75·여) 할머니.

이 할머니는 허구한 날 술에 취한 동생에게 마구잡이로 맞으며 살아왔다.

이 할머니는 동생에게 맞으면서도 당연한 듯 아무런 반항도 못한 채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밭일을 했고 동네주민들 조차 이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난폭한 동생의 성격에 누구하나 선뜻 나서질 못했다.

이 할머니는 노인학대에 대한 상담을 받으면서도 “동생이 알면 안되는 데 나를 죽이려고 할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두려워 했다.

충북에서 노인학대가 매년 늘고 있고 학대 당하는 노인들의 대부분은 빈곤세대에서 자식(아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노인보호전문기관과 충북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충북 노인학대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 건수는 109건으로 지난 2008년과 비교해 67.8%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대 사례는 지난 2008년과 비교해 55.7% 증가했고 일반사례도 70.6% 늘었다.

특히 노인학대는 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빈곤세대에서 부모를 모시는 아들이나 며느리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학대 피해 노인 중 일반세대가 20명(32.3%), 빈곤세대가 61명(66.1%)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세대가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도 일반세대가 27명(26.5%), 빈곤세대가 75명(73.5%)으로 매년 빈곤세대가 일반세대보다 학대 발생율이 높았다.

학대 행위자 유형 또한 지난 아들이 지난 2008년 36명, 지난해 5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며느리도 9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는 등 노인학대의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 문제는 노인을 부양하는 의무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가족들의 노인부양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재가복지서비스 강화 등 사회복지적 개입을 통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인학대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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