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참전유공자들에게 영면(永眠)의 안식처가 될 중부권 호국원 건립사업이 대내외적 확고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수년 째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올해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충청권 참전용사들의 오랜 숙원인 중부권 호국원 건립을 위해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고 의지를 모으는 6·25전쟁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나라 지킨다고 참전(參戰)한 때만 빼놓고 평생 고향에서 살았어. 그런데 죽으면 고향 땅을 떠나라는겨….”
충남 연기에 거주하는 고모(79) 씨는 6·25 참전유공자다.
22세에 군 입대한 그는 충남 아산에서 기초훈련을 받은 후 최전방에 배치돼 약 3년 간 통신병으로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다.
휴전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그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쓰러져 부산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된 후 그 곳에서 제대를 했다. 그는 자신의 청력을 잃었지만 자신의 희생이 나라의 밑거름이 됐다는 자긍심으로 고령이 되서도 지금까지 국가나 주위 사람에게 푸념 한 번 해본 적 없다. 그런 그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전쟁 때를 제외하곤 고향을 떠나 본적 없는 고 씨지만 사후에는 우 고향을 떠나야만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경기 이천호국원)과 영남(경북 영천호국원), 호남권(전북 임실호국원)과 달리 충청권엔 참전유공자들을 안장시킬 수 있는 보훈시설이 전혀 없다.
대전엔 국립현충원이 있지만 참전유공자들은 국립묘지 안장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때문에 충청권 참전유공자 가족들은 가족묘나 선산 등에 고인을 모시거나 타 시·도에 위치한 호국원에 안장하는 방안 중 선택을 해야 한다. 가족묘에 모실 땐 장례비 15만 원과 태극기 1장이 국가 지원금의 전부.
대전지방보훈청에 따르면 고 씨처럼 사후 고향을 떠나야 할 생존 참전유공자만 대전·충남·북에 6만 여 명에 달한다.
더욱이 생존 참전유공자들이 대부분 70대 후반의 고령이어서 한 해에도 수백 명, 수천 명씩 생을 마감하고 있으나 이들의 사후 안식처가 될 중부권 호국원 건립은 수년 째 답보에 머물고 있다.
6·25참전유공자회 대전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파악한 생존하는 6·25참전유공자는 대전에만 모두 7172명. 1년여 지난 지금 수백 명이 고령 등의 이유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관모(79) 6·25참전유공자회 대전지부장은 “5~10년 이내에 참전유공자 대부분이 돌아가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중부권 호국원을 건립해 달라고 수년 째 정부에 공식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탄식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나라 지킨다고 참전(參戰)한 때만 빼놓고 평생 고향에서 살았어. 그런데 죽으면 고향 땅을 떠나라는겨….”
충남 연기에 거주하는 고모(79) 씨는 6·25 참전유공자다.
22세에 군 입대한 그는 충남 아산에서 기초훈련을 받은 후 최전방에 배치돼 약 3년 간 통신병으로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다.
휴전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그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쓰러져 부산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된 후 그 곳에서 제대를 했다. 그는 자신의 청력을 잃었지만 자신의 희생이 나라의 밑거름이 됐다는 자긍심으로 고령이 되서도 지금까지 국가나 주위 사람에게 푸념 한 번 해본 적 없다. 그런 그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전쟁 때를 제외하곤 고향을 떠나 본적 없는 고 씨지만 사후에는 우 고향을 떠나야만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경기 이천호국원)과 영남(경북 영천호국원), 호남권(전북 임실호국원)과 달리 충청권엔 참전유공자들을 안장시킬 수 있는 보훈시설이 전혀 없다.
대전엔 국립현충원이 있지만 참전유공자들은 국립묘지 안장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때문에 충청권 참전유공자 가족들은 가족묘나 선산 등에 고인을 모시거나 타 시·도에 위치한 호국원에 안장하는 방안 중 선택을 해야 한다. 가족묘에 모실 땐 장례비 15만 원과 태극기 1장이 국가 지원금의 전부.
대전지방보훈청에 따르면 고 씨처럼 사후 고향을 떠나야 할 생존 참전유공자만 대전·충남·북에 6만 여 명에 달한다.
더욱이 생존 참전유공자들이 대부분 70대 후반의 고령이어서 한 해에도 수백 명, 수천 명씩 생을 마감하고 있으나 이들의 사후 안식처가 될 중부권 호국원 건립은 수년 째 답보에 머물고 있다.
6·25참전유공자회 대전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파악한 생존하는 6·25참전유공자는 대전에만 모두 7172명. 1년여 지난 지금 수백 명이 고령 등의 이유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관모(79) 6·25참전유공자회 대전지부장은 “5~10년 이내에 참전유공자 대부분이 돌아가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중부권 호국원을 건립해 달라고 수년 째 정부에 공식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탄식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