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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담배 끊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야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요즘은 거꾸로 ‘담배 피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담배로 인한 폐해가 수도 없이 많이 강조되고 어딜 가든 금연석 없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흡연자가 핍박받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꿋꿋이(?) 담배를 끊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독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새해가 되면 흡연자들은 어김없이 금연을 다짐하지만 연초의 호언장담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그 필요성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금단현상 때문에 실제로 금연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담배는 중독성을 지닌 마약의 일종
담배에 대한 해악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순간의 한 개비를 위해 뻔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 뿐이다. 이처럼 건강에 나쁜 담배를 끊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는 담배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중독성을 지닌 마약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중독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니코틴은 뇌에 작용해 탐닉성을 가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많이 배출시킴으로써 기분을 좋게 한다. 또 세로토닌과 아세틸콜린, 노에피네프린 등의 분비를 촉진시켜 잠깐 동안 기억력과 작업수행능력을 호전시키거나 불안을 감소시킨다. 때문에 많은 흡연자들이 이러한 각성효과를 잊지 못해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우는 것이다.
게다가 흡연시 니코틴은 폐를 통해 인체 내로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어떤 마약보다도 더 빨리 두뇌로 전달된다. 흡연자가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순간부터 니코틴은 단 7~9초안에 뇌에 전달되고 전달된 니코틴은 1분 내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헤로인을 주사로 맞는 것보다 그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흡연하면 살 빠진다는 속설은 잘못, 오히려 복부형 비만 초래
여성들 사이에서는 흡연을 하면 살이 빠진다고 하는 속설을 믿고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시 흡연자의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니코틴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분해가 활발하게 나타나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흡연시 지방이 혈액으로 이동해 일시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체내 지방을 팔다리에서 배로 옮기는 역할을 할 뿐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위험성이 있는 복부형 비만을 초래한다고 충고한다.
◆금연 시작 후 3~7일이 성패의 관건
금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니코틴 금단 증상이다. 금단 증상이란 담배를 끊고 난 후 생기는 여러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말하는데 정신적으로는 기분이 가라앉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괜히 불안해지며 안절부절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두통, 변비, 설사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담배가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금연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일에서 15일 전부터 서서히 담배의 양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금연을 준비하고 D-데이가 되면 단숨에 끊는 게 좋다.
금연을 시작하면 처음 3~7일 정도가 가장 힘들다. 이는 그동안 체내에 쌓여있던 니코틴이 몸밖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기간으로 이 시기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만 잘 이겨낸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흡연욕구가 강할 때, 서서히 깊게 호흡을 하거나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흡연 욕구를 참는 보상으로 영화를 보거나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흡연도 하나의 습관이기 때문에 흡연욕구가 생길 때는 그것을 대체할 만한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초조하거나 불안, 손 떨림, 식은땀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금연보조제(니코핀 패치, 껌 등)를 이용하거나 명상 또는 찬물 마시기, 심호흡, 산책하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자가요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금연콜센터(1544-9030·무료)나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약물요법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연보조제 사용시 성공률 높아
금연보조제는 금연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로만 금연을 시도한 사람들의 경우 1년 후 성공률은 5%정도인데 반해, 전문의와의 상담 하에 금연보조제를 사용한 경우 금연 후 1년간 성공률을 15%까지 이른다고 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등의 금연보조제의 사용은 외부에서 니코틴을 공급해주므로써 금연 후 힘든 금단증상과 흡연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감소시켜 금연 성공률을 높여준다.
그러나 간혹 금연보조제의 사용은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현기증, 심장박동수 증가, 수면장애, 두통,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을 나타날 수 있다. 부작용의 원인은 대부분 니코틴 양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단지 니코틴 양을 줄이는 것으로 부작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며 부작용이 심할 때는 금연보조제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금연 약물도 효과적
금연 보조제의 사용은 개인의 의지에 의한 금연보다는 성공률이 높다.
전문의들은 금연에 효과가 있는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약물의 경우 뇌에 작용해 니코틴에 의한 도파민 분비의 효과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담배에 대한 생각을 줄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니코틴이 몸 속에 들어갔을 때에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감소시켜 흡연욕구를 줄여주는 효과적인 약물이다. 이러한 강력한 효과에 의해 1년 금연 성공률이 30%에 달하해 다른 금연 보조제 보다 2배 이상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심혈관 질환을 앓은 환자가 아니라면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을 수 있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는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은 금연보조제는 금연에 따른 금단증상을 감소시키지 못해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상담과 개인에 맞는 금연보조제, 금연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도움말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