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내린 폭설이 차도와 인도 곳곳에 얼어붙은 5일 충남 공주시청에서 공주고 앞도로까지 32사단 358-3대대 장병들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공주=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5일 오르막 경사가 심한 대전시 서구 갈마동 다세대 주택가 골목.

전날부터 수북히 쌓인 눈들로 인해 승용차들이 연신 헛바퀴만 돌리다 지쳐 언덕에서 널브러지기 일쑤다.

주민 김모(42) 씨는 “눈이 내릴 때마다 도로가 얼어붙어 승용차들이 언덕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며 “자동차가 어디로 튀어나갈지 몰라 차량은 차량대로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다세대주택 세입자인 직장인 김모(37) 씨는 지난 4일 밤 집 앞 골목으로 들어오다 쌓인 눈에 미끄러져 손등 부위를 다쳤다.

대전시 등 일선 지자체들이 도입한 ‘내집앞 눈치우기 조례’에 따르면 김 씨는 집앞 눈을 치우지 않은 건물주 등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 조례가 소송으로 연결된 사례는 사실상 단 한 건도 없다.

김 씨는 “원룸 입주자 대부분이 혼자 사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이다 보니 집앞 눈을 치우는 데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건물 주인도 다른 곳에 살 경우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폭설이 내린 지 이틀이 지났지만 지자체의 제설 작업이 큰 길 위주로 이뤄지면서 주택가 골목길 등 이면도로가 안전사고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골목길 이면도로는 매번 눈올때마다 상습 빙판구간으로 변해 시민들이 종종걸음을 하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수온주가 급락하는 심야에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 위험마저 상존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부족한 일손 때문에, 주민들은 다른 사람에게 떠밀며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대전시는 폭설이 내린 지난 4일부터 인부 160여 명과 제설차량 67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면도로와 골목길 제설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인원과 장비부족이 제 때 제설작업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 또 비좁은 이면도로 특성상 제설차량이 진입하기 힘든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내집앞 눈치우기 조례를 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출퇴근이 바쁜 원룸촌 입주자들이 일찍 일어나 눈치우기란 요원한 실정이다.

매번 반복되는 골목길 살얼음 전쟁에 주민들의 불만은 크다.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를 빌미로 행정기관이 제설작업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것.

사실상 사문화된 눈치우기 조례에 대한 개선 여론도 흘러나온다.

직장인 김명화(28·대전 동구 성남동) 씨는 “눈치우기 조례를 듣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제설작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조례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차라리 어떤식이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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