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짐승을 살처분 할 수도 없고 팔리지도 않고 어쩔 수 없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자겨자 먹기로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젖소 수송아지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마저 끊기면서 낙농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45만 원 정도에 거래되던 젖소 수송아지 가격이 최근에는 한우고기 1㎏ 가격과 비슷한 3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젖소 수송아지 가격이 폭락한 것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국내산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 육우 등의 차별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원산지표시제 강화 등으로 그동안 국내산 한우로 둔갑해 판매되던 젖소 쇠고기의 물량이 거의 사라지면서 농가들이 젖소 송아지 비육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 젓소 수송아지 가격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젖소 비육우는 한우에 비해 가격은 거의 4분의 1 수준이면서도 비육시 12개월부터 24개월까지는 먹는 사료량이 한우의 2배 가까이에 달해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상가상 사료 값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라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홍성군 결성면에서 200여 두의 젖소를 사육하고 있는 김광제(45) 씨는 “3만 원에 송아지를 파느니 차라리 직접 비육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직접 비육하고 있지만 사료가격이 지금과 같고 육우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한마리당 50여만 원 정도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김 씨는 “젖소 송아지는 대부분 중간거래상에 의해 거래되는데 지금 도매상들이 낙농가에서 3만 원에 구입해 5만 원에 육우사육농가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최근엔 거의 거래가 끊겨 낙농가들이 직접 비육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성낙협 최기생 전무는 “그래도 김 씨처럼 축사에 여유공간이 있어 젖소 수송아지를 직접 비육할 수 있는 경우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축사 내에 여유공간이 없이 비육을 할 수 없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낙농가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낙농가는 “일부 낙농가에서는 젖소 수송아지를 키울 수도 없고 팔려고 해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 농장에서 직접 살처분 하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이권영 기자 gy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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