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충청 정치권은 ‘격동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종시 문제와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서거 등 메머드급 충격과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의 내홍 등 정치적 갈등으로 점철되면서 여야 각 정당은 크고 작은 파고 속에서 고단한 1년을 보내야 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올 하반기에 터진 정부의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뿌리까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을 겪었다.

지난 9월 정운찬 국무총리의 취임과 함께 불거진 세종시 수정 논란은 충청권을 일순간에 패닉상태로 빠지게 했고, 모든 비난의 화살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돌아갔다.

연일 이어지는 충청인들의 세종시 원안 추진 촉구 시위와 반발로 인해 충청지역 한나라당은 문을 걸어 잠근 듯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잠정 취소한 채 잠행을 거듭해야 했다.

여기에 중앙당의 일방통행식 세종시 수정 강행 행보에 충청지역 당원들조차 크게 반발·동요하면서 이들을 단속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비록 탈당은 안했지만 한나라당 충청 맹주 역할을 하던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하면서 지사직을 사퇴한 사건은 한나라당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노무현·김대중 등 당에서 배출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봐야 했지만 민주당 세력이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세종시 논란은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고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면서 충청민심의 관심을 끄는 데 주효했다.

최소한 충청권에서 만큼은 한나라당 우세 분위기를 민주당과의 혼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평이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시련의 시기였다. 지난해 2월 충청권을 기반으로 창당 이후 차분한 세 불리기를 통해 창조한국당과의 연대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올 해에는 각종 악재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창조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잇단 의원직 상실 등으로 교섭단체는 붕괴됐고, 지난 8월에는 심대평 전 대표가 당내 갈등으로 탈당하면서 당 전체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종시 원안 사수’ 원조 정당을 둘러싼 정치적 게임에서도 민주당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다, 심 전 대표마저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는 등 당 안팎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도 내년 6·2지방선거에서 유력한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염홍철 전 대전시당이 최근 입당하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희망을 높이면서 오랜만에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정치권의 분위기와 민심의 혼란으로 각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 정당이라는 낙인을 벗어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지만 당분간 탈출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민주당도 세종시 민심을 타고 다소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역대 선거에서 확인된 것처럼 충청지역 내에 존재하는 지지세 20%대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선진당은 내심 옛 자민련의 ‘녹색돌풍’이 불어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처한 현실을 종합해 보면 고난의 가시밭길을 피할 갈 수 없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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