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35·대전 서구 월평동) 씨는 지난달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대전지역의 한 대리운전 회사의 대리 운전자에게 운전을 맡겼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김 씨의 차로 지나가는 행인을 친 것.

이에 김 씨는 당연히 운전을 한 대리운전 기사 측에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줄 알았다.

하지만 피해자의 치료비와 입원비는 모두 김 씨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지급됐다.

사람이 다쳤을 경우 차주의 책임보험이 먼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무 잘못도 없는 김 씨는 해마다 보험료를 6%씩 더 내야 한다.

김 씨는 “대리운전회사가 가입한 대리운전보험의 청약 내용을 확인해 보니, ‘차량 소유자 보험으로 피해보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 보상금액이 큰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수가가 인상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업체가 가입한 대인보험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1억 원 이하의 인명사고 발생시, 피해 보상금이 고스란히 차량 소유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면, 인명 피해의 경우 차주가 가입한 책임보험(대인배상Ⅰ)에서 보상하게 된다.

대리운전 보험은 차량 소유자의 보험으로 피해보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클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책임보험의 보상한도(사망 시 최고 1억 원)를 초과하는 피해만 대리운전 보험에서 보상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차주가 우선적으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된 대리운전업체 소속 직원이 대리운전을 하다 인명 사고를 냈다고 해도, 그 피해 규모가 1억 원을 넘지 않으면 차주가 고스란히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리운전 업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도 없는 실정”이라며 “대리운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 당국에 면허증 이외의 대리운전 기사 자격 요건의 강화와 대리운전자 보험 의무화, 사고시 차주의 책임보험 우선적용 금지 등 대리운전법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리운전 이용 시 대리 운전자에게 안전 운전을 당부하고, 교통법규를 준수 하도록 사전에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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