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대전시의 하수처리체계 재정립 사업이 출항부터 거센 폭풍우를 만났다.

시 환경정책이 원칙과 효율성을 외면한 채 민원발생을 이유로 오락가락하면서 신뢰성을 잃었고,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전문가 자문회의와 용역을 진행, 사업 추진의 원동력마저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21일 시·구의회 의원, 지역민대표, 시민단체, 금강유역환경청·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 각종 위원회와 학계 등 55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홍갑 행정부시장 주재로 '효율적인 하수처리체계 재정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가졌다.

이날 시는 현재 1일 65만 ㎥의 하수를 원촌동 대전하수처리장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시설 아래쪽에 있는 대덕테크노밸리(유성구 관평동 일대)와 구즉·송강지역 등 갑천 하류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와 폐수는 역류처리가 불가능해 처리장의 지하화 또는 이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덕R&D특구 내 둔곡·신동·대동 등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하·폐수 처리의 증설이 요구되고 있으며, 악취 등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전하수처리장의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 1980년대 조성된 대전하수처리장은 당시 외곽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도시 중심부로 편입됐고, 대덕특구 1·2단계 개발 등으로 하수처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하수처리장 이전을 기정 사실화 했다.

시는 이를 위해 예산 3억여 원을 들여 하수처리체계 재정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사업 추진에 앞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자문회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자문회의에 참석한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전문가 의견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또 시가 오는 2011년까지 원촌동 대전하수처리장에 4단계 고도 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처리장 이전 시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현재혁 충남대 교수와 오세은 한밭대 교수 등은 "지역의 하수처리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에는 6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대전처리장에 1~3단계까지 고도 처리로 수백억 원이 들어갔고, 4단계 시설에 수백억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상황에서 이번 용역은 중복 투자"라고 비판했다.

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도시는 계속 팽창을 거듭한다. 그때마다 팽창을 이유로 시설을 이전할 것인지 시에 묻고 싶다"며 "이미 시설 이전을 언론에 공개한 뒤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의 순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시기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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