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대학에 다니는 김민정(24·가명) 씨는 이번 학기에 졸업논문을 쓰지 않았다. 시간이 없거나 자신이 없어서 못쓴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의해 쓰지 않았다. 김 씨는 8학기를 다 이수하고도 졸업을 하지 않은 수료생으로 내년 ‘대학 5학년’으로 남게 됐다. 김 씨는 지난해 휴학을 포함해 동기들보다 졸업이 2년 늦어지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에 필요한 어학점수와 자격증을 딸 생각이다.

#B대학에 다니는 이재민(27·가명) 씨는 이번 학기에 졸업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3학점을 남겨두고 9학기를 택했다. 그 대신 1학년 때 D학점을 맞았던 과목을 포기하고 재이수해 성적을 올리는 것을 선택했다. 이씨는 남은 3학점에 대한 수업료만 내고 내년에도 학교에 남아 취업에 필요한 어학공부와 면접준비를 병행할 계획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학교에 남으려는 ‘대학 5학년생’들이 늘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일부 학교의 얘기였지만 최근 지역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있다.

학교별로 총원의 차이는 있지만 2009년도 2학기 대전지역 대학별 9학기 이상 이수자(5학년생)는 △배재대 23명 △대전대 86명 △목원대 101명 △한남대 155명 △충남대 517명 등 적게는 0.3%에서 많게는 4%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가 전체 학생수 대비 비율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4학년 가운데 많게는 15%이상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대학 5학년생 대부분은 졸업논문 연기나, 학점포기 등을 통해 학교에 ‘적’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취업에 필요한 어학점수와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다.

졸업 후가 아닌 재학 중에 취업을 위한 모든 준비과정을 마치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에서 졸업생보다는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유명 대기업에 지원했던 한 지역대 졸업생은 “졸업후 2년간 힘들게 준비해서 그 회사가 원하는 어학점수와 자격증, 인턴경력까지 쌓았지만 면접에서 돌아온 건 ‘학교 다닐 땐 뭘하고 이제서야 공부했느냐’는 황당한 질문이었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졸업을 미루고 취업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졸업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F학점을 맞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 모 대학 학적 담당자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최근 몇년 사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일부 대학에서 졸업유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졸업생보다는 재학생 신분이 여러가지 경력 관리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과 기업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다르게 판단한다는 점이 불안한 학생들의 심리에 작용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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