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잦아지는 송년회 시즌이다.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로 피곤함이 누적돼 자칫 간이 혹사당할 수 있어 단단한 각오도 필요한 때이다.

아무리 애주가라 해도 하루가 멀게 찾아오는 술자리는 송년의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와 함께 건강한 송년 음주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알아 본다.


◆송년 건강음주 제1원칙이 있다면?

건강음주 제1원칙은 피치 못하게 술을 마셔야하는 경우 술의 양을 스스로가 '즐기는' 수준에서 조절해야 한다. 이는 술을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는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누군가 마시라고 하면 마셔야 하는 분위기로 같이 마시고 취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더욱이 회사의 송년모임이라면 술도 결국 눈치를 보면서 마셔야 하는 업무의 연장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스로의 음주량을 조절하려면 즐기는 수준 이상으로 술을 권해올 때 과감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계속되는 송년 술자리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술하면 간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은 간 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관련돼 있다. 술자리에서는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줄담배를 피우게 되고, 열량이 높고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 같은 일정이 반복되면 수면시간과 운동이 부족해 허리비만으로 연결되기 쉽다. 허리비만은 지방간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도가 심해지면 내장지방이 많이 축적돼 지방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패턴이 깨지고 수면과 휴식이 부족해지면서 피로가 쌓이고 지속될 수도 있다.

과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 스트레스, 담배를 피우는 것, 늦게까지 먹는 것, 먹고 그대로 잠이 드는 것은 모두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 십이지장염을 유발하기 쉽다. 평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음주 후 다음 날 혈압이 더 올라가고, 당뇨병이 있거나 이상지질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는 경우는 음주 후 수 일 동안 혈당과 혈중 지질 농도가 상승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은 음주로 인해 간경화증이 촉진돼 간암 위험을 높이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송년 술자리에서 적당한 술 분량은 ?

적정한 술 분량이라는 것은 없다. 적정 음주량은 1일 성인 남성의 경우 알코올 2단위, 여성의 경우 1단위, 노인은 0.5단위이다. 알코올 1단위는 소주의 경우 소주 잔으로 1잔(50㏄), 와인의 경우 와인 잔으로 1잔(100㏄), 맥주의 경우 맥주잔으로 1잔 또는 1캔(320㏄), 위스키는 위스키 잔으로 1잔(30㏄), 막걸리의 경우 1대접(200㏄)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1회 5단위 이상의 음주는 폭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적정음주라면 소주의 경우 반병(약 3잔)에 해당하고 1주일에 소주 2병 이내, 적어도 2~3일의 간격을 두도록 권장하고 있다.

◆잦은 송년 술자리로 인한 비만예방은 ?

술은 고열량 식품이다. 소주 1병은 500~600㎉에 달한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1끼 식사에 해당하는 열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단순히 술만 마시면서 생성되는 칼로리는 축적되지 않는다. 실제로 ‘알콜리즘 환자들(밥 대신 술만 마시는)’은 아랫배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술과 안주를 같이 먹는 보통의 사람들은 배가 나오게 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은 기초대사에 사용되는데, 술을 마시면 이러한 기초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술에서 나온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함께 먹는 음식에서 비롯되는 칼로리는 모두 지방으로 전환돼 축적된다.

술은 에너지원만 될 수 있을뿐 영양소는 제로인 식품이다. 즉 몸에서 필요로 하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이 없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필수요소들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원만 내는 술만 마시고 살 수는 없다. 술자리로 인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자리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또 주의력을 잃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도 안주섭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건강한 음주를 위해 술 마실 때 지켜야 할 원칙, 술 마신 후에 해야 할 일은?

술 마실 때 지켜야 할 원칙은 1회에 소주 1병 이상 폭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술에 약한 사람이라면 1회 음주량을 더 줄여야 한다. 그리고 술자리 간격은 2~3일 정도 간격을 둬야 간에서 술을 분해하는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술을 마신 후 해야 할 일은 충분한 수분을 섭취와 휴식이다. 그래야 알코올을 분해하고 대사하며 배설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숙취를 해소하는 것은 오히려 탈수를 조장해서 위험할 수 있어 절대 금기다. 음주 후 꿀물이 숙취해소에 좋은 것은 거기에 포함된 당이 간에서 알코올을 대사하는데 필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해장을 위해 해장술을 마신다거나, 너무 뜨겁고 매운 음식은 자극이 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적당히 따듯하고 자극이 없는 죽처럼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좋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는 “숙취는 인체가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보다 더 많은 양이 한꺼번에 들어와 제때에 처리하지 못해 혈액을 타고 알코올 성분이 인체 각 부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개인별 주량과 알코올 분해능력을 감안해 술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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