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슈퍼마켓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어요. 큰 욕심 부리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 밥 먹고 사는 것인데 그것도 안 되네요. 이제는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15일 오후 4시. SSM(기업형슈퍼마켓) 분쟁이 4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전 유성구 신성동 두레아파트 인근상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그 수가 많지 않았지만 저녁 장을 보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상가를 드나들었고, 퇴근 시간에 맞춰 본격적인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움직임도 매우 분주했다.
'잠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거리로 나앉는 자영업자' 등 거리에 붙은 팻말만이 이곳이 생업을 위협 받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투쟁지역임을 대변해줬다.
하지만 수개월 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일대 중소상인들 및 그 가족의 속마음은 상가의 평온한 모습과는 달리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SSM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신청을 했지만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있고 최근에는 SSM이 직영체제가 아닌 가맹점으로 운영된다는 얘기까지 불거지면서 조정신청 자체가 무의미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곳 중소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SSM은 그야말로 지척에 있었다.
SSM이 들어설 곳 바로 앞 상가에는 SSM 입점 한 달 전 마트가 생겼고 바로 옆에도 슈퍼마켓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아파트 상가 안에는 과일, 문구 등 SSM과 상품군이 유사한 크고 작은 상점들이 즐비해 피해가 불가피해 보였다.
원성을 샀던 SSM은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따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간판은 칠하다 말았고 전면은 차단벽으로 막혀 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조정결과에 따라 언제든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이곳 상인들은 전했다. SSM 분쟁이 계속되며 상인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다름 아닌 '의욕상실'이었다.
지난 17년 동안 오전 7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아내와 번갈아 일하며 세 자녀를 키워온 조 모 씨는 "그야말로 눈뜨고 당한 느낌"이라면서 "SSM이 가맹점 체제로 전환될 경우 법적 대응도 쉽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종플루, 세종시 논란에 밀려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제발 살게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슈퍼마켓 운영만으로는 가게세를 내기도 벅차 이른 새벽이면 농수산도매시장에 나간다는 인근 슈퍼 대표 A 씨는 "SSM 입점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게를 내놓아도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다"면서 "먹고살기가 이렇게 힘들다"고 한탄했다.
SSM 입점은 한 젊은 사장에게도 큰 시련이 되고 있다.
SSM이 생기기 불과 한 달 전 슈퍼마켓을 개업한 B 씨는 "알았다면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직원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15일 오후 4시. SSM(기업형슈퍼마켓) 분쟁이 4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전 유성구 신성동 두레아파트 인근상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그 수가 많지 않았지만 저녁 장을 보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상가를 드나들었고, 퇴근 시간에 맞춰 본격적인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움직임도 매우 분주했다.
'잠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거리로 나앉는 자영업자' 등 거리에 붙은 팻말만이 이곳이 생업을 위협 받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투쟁지역임을 대변해줬다.
하지만 수개월 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일대 중소상인들 및 그 가족의 속마음은 상가의 평온한 모습과는 달리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SSM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신청을 했지만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있고 최근에는 SSM이 직영체제가 아닌 가맹점으로 운영된다는 얘기까지 불거지면서 조정신청 자체가 무의미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곳 중소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SSM은 그야말로 지척에 있었다.
SSM이 들어설 곳 바로 앞 상가에는 SSM 입점 한 달 전 마트가 생겼고 바로 옆에도 슈퍼마켓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아파트 상가 안에는 과일, 문구 등 SSM과 상품군이 유사한 크고 작은 상점들이 즐비해 피해가 불가피해 보였다.
원성을 샀던 SSM은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따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간판은 칠하다 말았고 전면은 차단벽으로 막혀 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조정결과에 따라 언제든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이곳 상인들은 전했다. SSM 분쟁이 계속되며 상인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다름 아닌 '의욕상실'이었다.
지난 17년 동안 오전 7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아내와 번갈아 일하며 세 자녀를 키워온 조 모 씨는 "그야말로 눈뜨고 당한 느낌"이라면서 "SSM이 가맹점 체제로 전환될 경우 법적 대응도 쉽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종플루, 세종시 논란에 밀려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제발 살게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슈퍼마켓 운영만으로는 가게세를 내기도 벅차 이른 새벽이면 농수산도매시장에 나간다는 인근 슈퍼 대표 A 씨는 "SSM 입점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게를 내놓아도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다"면서 "먹고살기가 이렇게 힘들다"고 한탄했다.
SSM 입점은 한 젊은 사장에게도 큰 시련이 되고 있다.
SSM이 생기기 불과 한 달 전 슈퍼마켓을 개업한 B 씨는 "알았다면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직원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