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지휘관 집무실·관사에 비치하는 집기류 구매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지휘관 부임 때마다 수천만 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200만 원에 가까운 정수기 등 고액물품을 장만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라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등 40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은 대통령령인 '정부청사관리규정'에 따라 정부청사 취득과 사용에 대한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

40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경찰청 등 5개 기관과 소속기관의 청사 관리는 자체에 맡겨져 있다. 이 같은 규정 등으로 인해 경찰의 경우 관사 임차와 집무실 관리를 행정안전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찰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관사·집무실에 비치하는 집기류를 구매하는 데 매년 수천만 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이 공개한 '경찰관사 및 집무실 물품구매 내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차장 관사·집무실 물품구매비용은 2007년 946여만 원(청장 255만 원·차장 691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2008년에는 808만 원(청장 608만 원·차장 200만 원)이다.

올 해는 576만 원(청장 412만 원·차장 164만 원)으로 가장 적게 들었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집무기구와 관사 가구·가전제품을 구매해 설치했지만 일부는 과다한 비용을 들여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춘성 전 청장 재직 때인 2008년에는 관사에 179만 원짜리 이온수기와 137만 원짜리 TV를 들여놓았다.

2007년 차장 관사에 140만 원대 소파를 장만했고, 2008년에는 청장과 함께 차장 관사에 179만 원 상당의 정수기를 설치했다.

일선 경찰서의 관사·집무실 물품구매현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양서는 전병용 서장 부임 후 103만 원을 들여 집무실에 42인치 TV, 옥천서도 서장 집무실에 123만 원짜리 TV를 비치했다.

옥천서는 특히 유승원 서장이 1년간 관사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2인용 침대 110만 원, 김치냉장고 79만 원, 식탁 44만 원, 전기밭솥 17만 원, 전자레인지 13만 원 등 모두 260만 원을 들여 물품들을 장만했다.

연정훈 음성서장은 집무실 의자 8개를 구입하는데 160만 원, 이동섭 보은서장은 침대덮개를 구입하는 데만 40만 원을 사용했다.

지휘관 부임 이후 관사·집무실에 필요한 집기류를 고가에 구매하는 데다 각 서별로 물품구매에 큰 차이를 보이면서 명확한 구매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경기침체로 도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경찰이 비싼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매한 사실은 비난받을 행위"라면서 "물품 구매기준이나 규정을 시급히 만들어 혈세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도 "지휘관 혼자 1년 정도 생활하는 관사에 100여만 원대 정수기와 침대 등을 구입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상식에 반한 행위"라면서 "지금이라도 경찰이 물품구매에 있어 내부 규정과 기준을 마련해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면서 관사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성진·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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