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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모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던 70대 독거노인 A 씨는 지난 7월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동네에서 그를 아는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평소 말이 없던 A 씨는 주변 이웃이나 사회복지사들과도 소통의 문을 굳게 닫고 침묵 속에 살았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나타났다. 그는 동네 주민들이 물어도 “그냥 친구집에 놀러왔다”며 자신이 이사 온 사실을 주변에 숨기려 했다.
통장 손모(58·여)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확인 도장을 받으러 방문했을 때 이사 온 사람이 아니라며 피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그 후 얼마 안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그의 가족이 이 아파트를 임대한 후 A 씨만 홀로 이 곳에 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가족사를 아는 이도,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A 씨처럼 가족사와 개인사를 비밀에 부친 채 고독과 빈곤, 질병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독거노인들이 적잖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전체 입주 2415세대 중 21%인 517세대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이들 대부분 고독과 빈곤, 질병에 시달리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졌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이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재원,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좀처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독거노인 B 씨의 경우 2년 정도 거주한 것으로 동네 주민들은 기억했다. 종종 복지관에 마실을 나왔지만 정신지체 증세로 거동이 불편해 그 마저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B 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은 지난 여름 B 씨가 생을 마감한 지 2~3주 가량 후였다. B 씨의 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찰이 문을 열고 출동해보니 B 씨가 숨진 채 누워 있었다.
주민들은 “B 씨가 병원에 갔다는 소문에 그래서 안보인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중 일부는 치매 등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지만 홀로 거주해 크고 작은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실제 지난 4월께 아파트 주민이 건너 편에 동에 거주하는 정신지체 독거노인의 집에서 화재가 난 것을 보고 관리사무소와 119에 신고해 가까스로 구출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전모 씨는 “복지사나 노인돌보미, 자원봉사자들의 인원에 한계가 있어 독거노인들에 대한 세심한 관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