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잦은 연말, 택시기사 등 취객을 실어나르는 기사들과 손님 사이에 빚어지는 승강이가 ‘천태만상’이 벌어지고 있다. 연말을 맞아 취객들의 횡포가 심해지면서 기사들이 사소한 이유로 폭행을 당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사들이 폭행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손님이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정신을 잃은 점을 노리고 폭행을 당했다며 뒤집어 씌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목적지 지나쳤다 때리고, 돈 없다 때리고.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20분 경 청주시 금천동 모 아파트 입구 앞 노상. 택시기사 A 씨는 목적지에 도착해 술에 취해 잠이 든 손님 B 씨를 깨웠다. 잠에서 깬 B 씨는 갑자기 A 씨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여기로 와달라고 했냐. 목적지를 지나친 이유가 뭐냐. 돈을 더 받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 이유였다.

A 씨는 “손님이 잠들기 전에 말한 목적지로 온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B 씨는 갑자기 A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결국 B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A 씨는 경찰에서 “고의적으로 목적지를 지나쳐 온 것 같아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12시 20분 경 청주시 대성동 모 아파트 입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손님 최모(51) 씨를 태우고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기사 배모(40) 씨. 배 씨는 최 씨를 깨워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택시요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씨에게서는 “돈이 없다. 그냥 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 씨가 재차 요금을 요구하자 최 씨는 배 씨를 폭행했다.

최 씨는 경찰에서 “잠을 깨우고 택시요금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민주택시노조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술자리가 잦아져 택시기사들은 취객을 태울 때 더 긴장하곤 한다”고 말했다.

◆왜 때렸냐, 신고하기 전에 합의보자.

지난달 21일 오후 11시 경 청주시 용암동에서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불러 우암동 집에 도착한 회사원 C 씨.

대리비용을 지불하려던 C 씨는 대리기사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운전해서 오던 중 당신이 날 때렸으니 신고하기 전에 합의를 보자”는 말이었다. C 씨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잠이 들긴 했지만 대리기사를 폭행한 기억이 없었다.

C 씨는 “내가 언제 때렸냐”며 대리기사에게 항의했지만 대리기사는 “기억이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신거냐. 그럼 경찰서로 가자”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C 씨는 합의금 30만 원을 주기로 하고 대리기사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 되면 술로 인해 갖가지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각종 사건·사고의 위험도 있다”며 “만취하거나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는 술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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