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이자가 이렇게나 많이 오른 것을 보니 희망이 싹 걷히네요.”

5년 전 모친의 병원비 등 집안 사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42·대전시 대덕구) 씨는 지난주 대출 이자가 갑자기 오른 것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A 씨는 “월 43만 원을 내던 이자가 이번부터는 50만 8000원으로 갑자기 올랐다”며 “게다가 3개월 뒤에는 원금 4000만 원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낙담했다.

게다가 만기 연장을 할 때마다 은행은 독촉하듯 상환기간을 줄이며 A 씨를 압박하고 있다.

A 씨는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갚은 원리금은 9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지난 9월 상환을 3번 째 연장할 때 은행측이 유예기간을 6개월로 대폭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잔액의 10%를 일시 상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고 토로했다.

이에 은행측은 “지난 9월 경 0.78%포인트 오른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최근 적용되면서 이자가 올랐다”고 답했다.

이처럼 은행 대출이 우량 대출자에게는 관대해지고, 서민이나 영세기업은 더욱 옥죄는 대출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기업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하반기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소위 잘나가는 업체에 한정된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전히 불경기에 시달리며 경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은행의 상환 압박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대화공단 내 한 수출업체 사장은 “요즘 저금리에 은행 돈 받기도 좋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은행 돈 갚기 바쁜 업체가 더 많을 것”이라며 “게다가 신용등급이라도 낮아지면 높은 가산금리까지 붙어 기업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사정이 나빠져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이 부담하는 리스크도 높아져 부득이 금리 인상이나 원금상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 본격적인 금리 상승이 시작되면 업체나 서민이 느끼는 이자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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