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사람은 지사가 아니다. 오히려 신의를 저버린 사람들이 물러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도시 백지화 방침과 관련, 1일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충청권 지도층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세종시 원안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대통령 탄핵 등 험언도 불사하며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완구 충남지사의 중대 결단에 대해 “지사직 사퇴는 안된다”, “지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이 지사는 “충청의 영혼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 금주 내로 나의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해 사퇴를 결행할 것이란 의사를 표명했다.

종교계·문화예술계·언론계·학계·시민사회계 대표,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강태봉 충남도의회 의장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세종시가 하루 아침에 좌초되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지사의 고뇌에 찬 결단에 앞서 이 자리가 마련된 것 같은 데 지사직에서 물러나기보다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 원안 추진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응진 논산문화원장도 “도지사는 도민과 정해진 기간까지 도정을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선출된 것”이라며 “개인적 소신 때문에 사퇴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적절치 않다. 현재의 위치에서 행정도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배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은 “이 지사는 사퇴할 것이 아니라 충청인을 하나로 결집시켜 법을 무시한 채 세종시를 백지화하려는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건휘 충남지체장애인협회장은 “일부 위정자들이 500만 충청인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거짓말하고 신의를 버린 사람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도층 인사들의 견해에 대해 이 지사는 “나는 세종시 문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말해 왔고, 이미 내 개인을 버린지 오래 됐다”며 “행정도 중요하지만 충청의 영혼과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하루 이틀 더 고뇌의 시간을 갖고 금주 중 내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혀 사퇴 결심을 굳혔음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또 자신의 행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의식한 듯 “국민들은 이제 입보다는 몸으로 말하는 정치인을 원한다”며 “나는 조그마한 수, 얕은 수를 내다보지 않는다. 결코 가볍게 처신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방침과 관련한 ‘충청권 지도층 인사 초청 간담회’가 1일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려 이완구 지사가 행정도시 수정방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동영상 cctoday.co.kr 허만진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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