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올 초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황(23·여) 씨는 최근 구직활동을 단념한 채 대전 서구의 A 피씨방에서 하세월 하고 있다. 나름대로 스펙(Specification)도 쌓고 지방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학원도 열심히 다녔지만 대전에서 구직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게임만 하며 이대로 살고 싶다”는 황 씨는 “게임 속에는 내가 주인공이다. 언제까지 될지도 기약 없지만 구직활동에 너무 지쳐 그냥 포기할 생각”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 사례 2

오전에는 도서관, 오후에는 집안 가게일을 돕고 있는 최(22·여) 씨도 최근 구직활동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대전 유성구 한 식당에서 일하는 최 씨는 올해 전문대를 졸업하고 경리 쪽 일을 했었지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 씨는 “여의치 않은 형편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어 오후에는 집안 일을 돕고 있지만 이 생활을 언제나 끝낼 수 있을 지 두려움이 앞선다”고 고백했다.

최근 대전지역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앞서 황 씨나 최 씨처럼 구직활동을 단념한 사람을 포함해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곧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충청지방통계청의 지난 10월 대전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대전지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50만 5000명으로 1년전 47만 9000명보다 2만 6000명(5.2%)이나 늘었다. 이 가운데 대전지역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남자가 1년 전 보다 1만 2000명 늘은 17만 명이었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1000명이 더 늘은 1만 3000명이 증가하면서 33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물론 가정주부나 대학생 등도 이 집계에 포함돼 있어 이들 모두가 다 구직활동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전지역 여성 취업자가 1년전보다 7000명 감소했다는 통계와 비교해 보면 구직활동을 포기한 여성의 상당수가 포함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여성 중심의 고용 부진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도 지난해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올해 일자리를 잃었을 확률(취업 유출 확률)은 여성 20대, 여성 50대, 여성 30대, 여성 40대, 남성 20대, 남성 50대, 남성 40대, 남성 30대의 순으로 조사돼, 여성이 더 심각한 실직 위기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처럼 대전지역 여성들은 취업할 의사를 접고 고용시장에서 퇴장해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고 있어 대전지역 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전지역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고 여성의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불합리한 성차별 관행 개선과 보육시설 확충, 근무시간 탄력화, 기혼여성 근로기회 확대 등의 다양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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