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공부하러 와서 이런 사건을 당했는데 법정에서 달리 하고픈 말은 없나요.” (위현석 대전지법 부장판사)

30일 외국인 피살사건에 대한 첫 국민참여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대전지법 316호 법정.

증인심문 말미에 위현석 판사가 던진 질문에 증인으로 나온 중국인 유학생 A 씨(21·여)는 한 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안전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법률에 따라 처리됐으면 합니다.”

이날 통역사와 함께 증인석에 앉은 A 씨는 지난 7월 대전지역을 경악케 한 도마동 모 고시원의 중국인 유학생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자신 역시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피해자다.

A 씨는 사건 당일 새벽 복도로 울려펴지는 비명소리에 중국인 유학생 B(23·여) 씨의 방문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범인 변모(22) 씨와 마주쳤다.

변 씨에게 목이 눌린 채 고시원 복도 끝까지 떠밀려간 그는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을 듣고 고시원 주인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생사가 어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다. A 씨는 몰랐지만 당시 범인의 손엔 칼이 쥐여 있었다.

A 씨는 이날 법정을 나온 후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순간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A 씨는 “B 씨와는 고시원에서 만나 알게 된 지 1개월 반 정도 됐지만 성격이 매우 좋아 금세 친해졌다”며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예술 분야쪽에서 성공하고 싶어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참혹함을 겪은 그였지만 그래도 꿈은 잊지 않겠다고 했다. 장차 인터넷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공부한 후 중국으로 되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 변 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으며,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거쳐 변 씨에게 무기징역이란 중형을 선고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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