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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행정도시 백지화 규탄 촛불집회’가 27일 충남 연기군청 광장에서 열려 참석한 연기군민들이 촛불을 든 채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
이 대통령은 특별생방송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여당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으로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인정하고 “죄송하다”며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선) 유세 때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일이 다가오니 계속 말이 바뀌더라. (원안추진을) 분명히 얘기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세종시 수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가지고 그런 결정을 했다”며 자성론을 바탕으로 세종시 수정을 위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충청권을 비롯한 야권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민의 판단을 기다려 달라”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승부 띄운 MB=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내 세종시 수정 반대 의원들과 야권에 대한 경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하자. 정치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차원에서 생각해달라"며 정치적 계산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야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친 박근혜) 정치인들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다"며 친박 측에 대해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각종 자료와 수치를 근거로 들며 논리적 설득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서울에 있으면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니까 7~8개월은 국회로 가야 한다. 장관, 차관, 관계 국장도 전부 올라와야 한다"면서 "이 숫자를 보면 (세종시가) 밤에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면승부 성공할까=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세종시 수정에 대해 설명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경기 회복 조짐과 여권을 견제해야할 야권의 무능력 등이 합쳐지면서 잠시 반발은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민 여론이 대통령 쪽으로 흐를 것이라는 고도의 계산이 뒷받침 됐다는 게 정가의 판단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지난해 미 쇠고기 파동 당시에 취했던 방식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만 하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미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이 전국을 뒤덮었을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정면으로 나서서 사과와 함께 믿어달라고 했다. 1년 여가 지난 현재 촛불에 대한 파장은 거의 아물었다”며 “그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선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많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44.5%를 기록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달에는 41.8%, 이번 달에는 39.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27일 밤 TV를 통해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직후인 28일 치러진 것이다.
충청지역의 지지율은 31.9%로 평균을 밑돌아 세종시 문제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대통령과의 대화'가 충청권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방증했다. 10.9%포인트나 떨어진 충청권 지지율은 대통령이 TV에서 세종시 개발 원안의 수정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밝힌 세종시 수정 추진 방침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39.8%)보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52.5%)이 여전히 높았다.
여기에 자유선진당은 의원직을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고 민주당도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원안 플러스 알파’라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요지부동이다.
특히 버림받다시피 한 충청민심이 어느 수준까지 폭발력을 발휘할 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