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대전시 정기인사에서 여성국장의 대가 끊기게 됐다.

1989년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대전시에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국장은 우먼파워를 발휘하며 꾸준히 계보를 이었다.

초대 여성국장을 지낸 김영숙 씨는 남성 중심의 인사편제에서 파격적으로 가정복지국장 자리에 앉았다. 당시엔 여성공무원 수가 극히 적은데다 결혼 후 퇴직자도 많았다.

여성공무원의 희소성과 권익신장, 채용 할당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1990년에 이문옥 씨가 국장으로 등극했다. 특히 이 씨는 무려 9년 간이나 국장직을 수행, 최장수 여성국장으로도 기록에 올라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영자 씨는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2001년까지 4년 간 여성국장으로 근무했지만 퇴직 후 후배 여성공무원들의 승진연한 부족으로 대를 잇지 못한채 5년 간 공백기를 가졌고, 2006년 신숙용 씨가 다시 계보를 이었다.

3년 간의 임기를 채운 신 씨의 뒤를 이어 현재 시청 여성공무원의 '맡언니' 조정례 복지여성국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조 국장이 올 연말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또 한번 여성국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이유는 8년 전 때와 마찬가지.

다음 여성국장의 주역으로 3명의 여성공무원(과장급)이 시 본청과 산하 기관에 포진해 있지만 아직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해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제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공무원법이나 조직인사시스템 상 최소 2~3년은 지나야 여성국장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시 인사담당자의 설명이다.

물론 부이사관인 유성구 정경자 부구청장이 이번 인사에서 시 본청으로 복귀, 국장직을 맡는다면 그 명맥은 유지될 수 있다지만 사정은 녹록치가 않다.

인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청장이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부구청장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은데다, 정 부구청장의 임기도 내년 6월인 만큼 본청으로의 복귀는 어렵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조 국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여성국장은 앞으로 2~3년 뒤에나 등장할 것 같다.

한편 대전시의 연말 정기인사는 내년 1월 1일자로 단행될 예정이며, 그 윤곽은 내달 중순쯤이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신용 기자 psy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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