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연대기 순으로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김정호(이순재)는 과거 민주화 투쟁을 했던 나이 지긋한 대통령이다. 그는 매사에 깐깐하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하지만 퇴임 6개월을 남기고 244억 짜리 로또에 당첨되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일전에 공개석상에서 로또에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당첨금 때문에 행복했던 김정호는 결국, 모든 돈을 기부하기로 한다.

김정호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차지욱(장동건)은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하나를 둔 젊은 대통령이다. 그는 일본과 북한의 무력대치 속에서도 미국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강경한 성격이지만, 전(前) 대통령 김정호의 딸 김이연(한채영)을 짝사랑하면서도 한 마디 못 건네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청년(박해일)이 차지욱에게 달려든다. 청년에겐 소원이 있다. 바로 대통령의 신장이식이다. 죽어가는 아버지와 체질이 맞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차지욱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차지욱은 고민한다. 그는 헌정사상 최초로 신장을 이식해주는 대통령이 되는 것일까.

세 번째로 등장하는 대통령은 한경자(고두심)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유일하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한경자의 남편 최창면(임하룡)이다.

전형적인 우리의 서민인 최창면은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마음껏 마실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최창면이 산 땅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면서, 한경자는 정치적 위기에 빠지고 두 사람은 이혼하기로 한다.

세 명의 호감가는 대통령을 연대기 순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에피소드마다 사건을 등장시키고 사건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성격과 특징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와 같은 사람인건 분명한데도 오히려 왕의 권력을 가졌던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남달랐다.

하지만 묘사할 수도 없었고 비판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신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 아니었다. 이것은 비단 한국영화에서만은 아니다. 외국영화에서도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그저 특별하게만 등장한다. 외계인과 싸우든가, 테러의 위협 속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리던가. 추악한 권력을 화신이던가.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의 감정은 결코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영화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 뿐 아니라 그들의 사소한 인간적 약점, 고민, 소시민적인 감정을 드러내 관객과 소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더구나 장진 감독 특유의 코믹함이 더해져서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고비 고비마다 함께 울고, 웃고, 그들의 소심함에 낄낄 대면서 '아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만족스럽게 영화관 문을 나설 수 있다.

김정호, 차지욱, 한경자.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인간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유혹에 빠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초심으로 돌아가 선택과 결정하는 하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는 거창한 결단과 본인만이 나라를 위한다는 오만함도, 잘난 척도 없었다. 그저 한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 힘겨움이 있었고,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수행을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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