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천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동문들이 줄다리기 경기를 하고 있다. 대천고 총동창회 제공  
 

대천고등학교가 서해안 명문고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등규 총동창회장(대보그룹 회장)과 1500여 동문들의 힘이 크다

최등규 총동창회장은 21억 원을 출연, 모교에 기숙사형 학습관인 '대보영재관'을 건립하여 기증하고 지난 10일 준공식을 가졌다.

연면적 1220㎡, 지상 3층 규모인 영재관 짓기에 들어간 자금은 21억 원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첨단디지털독서실과 강의실, 생활실 등 최신시설로 꾸며져 있다.

최 회장은 기증식 때 "고향은 그리움이다. 내 마음 속에 늘 고향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고 특히 꿈을 키운 모교 대천고를 후원해 왔다. 후배들이 '대보영재관'에서 열심히 공부해 국가발전의 인재를 키우는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이젠 그만하라'고 말리지만 최 회장은 생산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경영자, 몸소 실천하는 경영자, 직원의 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는 경영자가 되고 싶어 한다.

최 회장의 모교 사랑은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서다.

꿈과 용기, 희망이 있지만 돈이 없어 공부를 더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한 그는 공부를 하고픈 열망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두 주먹뿐이었다.

어렵사리 서울 광화문 뒷골목에 셋방을 구하고 껌 팔이, 신문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영어학원 입구에서 기도를 보면서 대학진학의 꿈도 이뤘다.

   
▲ 대보영재관 준공후 최등규 회장이 후배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서울 강남개발붐을 타고 상가에 투자해 크게 재미를 본 그는 지난 1980년대 건설 붐을 타고 사업을 벌였다가 큰 실패를 맛봤다.

그 때 결심한 것이 ‘더욱 갈고 닦고 실수는 철저히 파헤쳐 쇠를 갈아 절굿공이를 만들 듯 강해져서 언젠가는 꼭 성공한다’는 것.

이후로 그의 사업은 되살아났다. 전국 10대 명문 골프장에 연 3회 연속 선정된 서원밸리, 대보건설 등 계열사에서 한해 매출 5000억 원 이상 되면서도 빚이 없는 알짜배기 회사의 경영자가 된 것이다.

최 회장은 "고향과 꿈을 키운 모교 대천고를 후원하고 사회와 지역에 나누는 경영자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모교 총동창회와 힘 합쳐 서해 명문고 구상에 들어 갔다.

"요즘 대천고가 좋아졌어요. 최첨단 기숙사까지 지어졌으니 이젠 날개까지 달았죠." 지난 10일 충남 보령시 중심가에서 택시를 타고 2㎞쯤 떨어진 죽정동 대천고(교장 이대구)까지 가는 동안 택시운전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문에는 서울대 등 명문대 1차 합격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별 볼일 없던' 대천고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944년 기술전수학교로 출발한 대천고는 주변에 탄광이 많았던 탓에 지난 1974년 종합고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공업고였다.

그러나 폐광이 잇따르고 인구도 급감하면서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대천중에서도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인근 홍성과 예산, 천안 등지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날 찾은 학교는 '과거의 대천고'가 아니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57명의 교직원은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이 학교가 도약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 초. 보령이 시(市)로 승격되면서 인구가 증가한 데다 인문계로 전환되면서 동문과 교사들은 '서해명문 대천고'를 구상했다.

더욱이 1999년 교정을 명천동에서 성주산을 마주보는 봉황산 기슭인 현 위치로 옮기면서 '명문 창조' 구상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성공한 졸업생들은 우수 학생 멘토로 나섰고 교사들은 학생과 일주일에 한 두 차례 개별 상담을 펼쳤다.

점차 진학률이 나아지기 시작해 한 해에 10여 명의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한 방송사 퀴즈 프로그램에서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한(18) 군이 '골든 벨'을 울리면서 명성을 전국에 드높였다.

특히, 대전·충남지역 출신고교 중 신임판사 임용에서도 선두로 나서고 있을뿐 아니라 올해도 서울대(지역균형선발)를 비롯, 육·해·공군사관학교, 경찰대에 10여 명의 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상태다.

'골든 벨' 주인공 김 군도 경찰대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이같은 성과는 대천고를 서해안의 명문고로 이끄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총동문회의 똘똘 뭉친 힘이 배경이 되고 있다.

보령=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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