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판사  
 
“할아버지는 알콜중독, 형은 자살, 지독한 가난과 가정폭력…. 제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들 중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까?”

25일 오후 동구에 위치한 대덕 소년원. 40대 초반의 현직 판사와 120여 명의 대덕소년원생들이 마주앉았다.

이날 행사는 한 순간의 실수로 소년원에 있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외부인사 초청 특강을 통해 삶의 희망을 북돋기 위한 자리.

딱딱하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속에 시작된 특강이었지만 이날 특강에 나선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장동혁 판사(41)는 자신의 암울했던 과거까지 들춰내며 원생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제가 할아버지를 기억할 나이가 됐을 때에는 매일마다 4홉 소주 1병을 드시는 알콜중독자였습니다. 술을 깨면 더 없이 자상했지만 술에 취한 할아버지의 모습은 소름끼치고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95세까지 사셨습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장 판사의 청소년 시절은 하루멀다하고 터지는 사고로 바람잘 날 없었다.

조부모와 부모 등 10명의 식구가 호롱불 아래서 생활하는 궁핍한 가족살림에 조부는 매일 4홉 소주 1병을 마시는 알콜중독자였고, 가족들을 괴롭히는 할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도망가기 일쑤였다.

동네에서 사고뭉치로 통하던 형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결국 어린 나이에 목숨을 마감했다.

그는 실패할 조건들만 가득하고 성공할 가능성을 갖추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털어놓으며 원생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특별한 삶이 있다”며 역경을 딛고 일어서자는 간절한 희망을 전달했다.

장 판사는 “수 많은 날들을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그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학교에서 잠을 자며 공부에 매달렸고 꿈에 그리던 판사가 됐다”며 원생들에게도 좌절하지 말고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라고 역설했다.

장 판사는 “좌절에 빠진 어린 아이들이 이번 만남으로 새로운 도전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특강에 나서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도 가장 의미있던 강의였다”고 말했다.

장 판사는 대천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재학 중이던 지난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현재 교과부)에 근무하다 사직서를 내고 사법시험에 도전 2001년에 합격(연수원 33기)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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