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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난으로 실직자와 노숙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전역 지하도 입구에서 노숙자가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고 있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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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시철도 대전역과 대전역 광장을 잇는 지하통로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으로 지하통로와 광장 곳곳에는 노숙인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거나 구걸을 하고 있었다.
충남도청 방향으로 잠시 눈을 돌려보면 벌써부터 형형색색의 조명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으로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지만 광장 뒤편에는 여전히 10년 전에 봤던 풍경 그대로였다.
22일 대전시와 노숙인상담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지역의 노숙인은 거리배회 60명(남 58명, 여 2명)과 쉼터시설보호 99명 등 모두 159명이다.
여기에 관내 410개 건물, 1514개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쪽방 생활자 869명까지 합하면 취약계층 인원은 1028명에 달한다.
이들 노숙인들에게 겨울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노숙'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과 외면.
특히 올해의 경우 신종플루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경제적, 개인적 이유 등 때문에 주민등록 거주지에서 생활하기 힘든 이들에게 신종플루 백신은 머나먼 남의 이야기였고, 심지어 이들을 마치 신종플루의 전염 매개체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지역 복지시설 및 종교단체 등에서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 및 검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만성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어 한 끼 식사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한 병의 소주.
10년 전 한 번의 잘못된 빚보증으로 이곳에 있게 됐다는 김모(52) 씨는 "빚더미를 피해 아내는 집을 나갔고, 막노동을 하며 아들을 키웠지만 장성한 아들은 수년 전 자신과의 연락을 끊고, 전화번호마저 바꿨다"며 술을 들이켰다.
김 씨는 이어 "예전에 TV나 신문에서 노숙인들을 볼 때 왜 저렇게 사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정작 그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하니 술 말고는 의지할 게 없다"고 탄식했다.
대전역이나 쉼터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대부분이 시민들의 편견처럼 무의도식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새벽녘에 일어나서 인력시장에 가서 막노동을 하거나 빈병·헌지 등을 줍고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하루 1만 5000원이 넘는 쪽방 값을 지불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린 경제적 극빈층일 뿐이다.
대전시노숙인상담보호센터 관계자는 "최근 장기간 거리에서 생활해온 노숙인들 사이에서 2세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들이 보호하고 있는 유아들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할 또 하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