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중적 잣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정이 유리하면 취하고, 불리하면 부정하는 행태에 대한 반론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자 연일 논평을 쏟아내면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어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온 만큼 야당은 헌정질서를 무시하는 정략적 공세를 그만두고 미디어법 선진화를 위한 후속조치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고, 다음날인 30일엔 ‘(민주당은) 헌재 결정이 입맛에 맞지 않자 헌재 결정마저 무시해버렸다. 법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에는 ‘헌재가 민주당의 손을 안 들어줬다고 그 규범력을 부인하면서 미디어법 재개정이라는 또 다른 요구사항을 내걸고 정국을 투쟁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고 지난 4일에도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미디어법을 핑계로 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 헌정질서 불복종 자세는 이쯤에서 일단락하고 자숙하라’고 거듭 민주당을 압박했다.

헌재가 결정했으니까 고집 피우지 말고 따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슈를 행정도시건설특별법으로 돌리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헌재는 2005년 11월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했다.

행정도시가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가, 행정도시 건설로 수도로서 서울의 지위가 해체되는가, 권력구조·총리의 지위가 변경되는가,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가 등에 대해 모두 ‘그렇지 않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특히 헌재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서로 장소적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더라도 대통령과 행정 각부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수산이 확보되기만 하면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통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종지부를 찍었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은 다시 행정의 비효율을 말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디어법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논평에서 민주당 대신 한나라당을 집어넣으면 딱 맞는 말일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4년전 스스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행정도시특별법과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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