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이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대출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은행권이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대출자산 확보를 위해 기업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과거 만기시 금리 인상 등으로 상환을 독촉하기보다는 연장 조건을 최대한 완하하며 관계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에는 연말 실적이나 BIS비율 등을 이유로 기업대출을 회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으려고 방어에 신경쓰고 있다”며 “때문에 웬만큼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들은 은행을 골라가며 대출을 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은행 움직임이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기업 등급이 하락하거나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기존 대출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경우 가차없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다.

과거 기업대출에 있어 통상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 1.2% 내외에서 붙이던 가산금리를 올 들어서는 2~5%로 올려 금리격차를 해소하고 유동성 부족을 만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출 당시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대출건은 부득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특히 매출이 떨어지는 등 경영이 악화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회수 준하는 인상률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당수 기업들은 기존의 대출이 끊길까봐 전전긍긍이다.

불경기로 경영실적이 떨어지면서 평가등급이 하락하면 기존 대출 유지는 물론 신규 대출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 환율 하락으로 매출이 자연 감소한 수출 관련 업체들은 평가 등급 하향 조정에 직면하고 있다.

대전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량이 줄어든 데다 환율까지 내리면서 영업이익이 많이 떨어져 은행의 평가 등급이 내릴까봐 걱정”이라며 “올 겨울만 지나면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기업의 금융부담은 과거보다 훨씬 줄었지만, 불경기로 인해 직접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것 같다”며 “갈수록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대출 조건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대출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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