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만년동에 위치한 이응노미술관의 '독자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문자추상 등의 지대한 예술적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이름을 딴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에 건립되면서 대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응노'라는 같은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시설이 이미 생겼거나 더 생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주시 및 대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박인경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 9월 방한 당시, 경기도 양주시와 고암 아뜰리에를 경기도 양주시가 추진하는 '아트파크'에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트파크'는 미술체험테마파크로 고암 이응노 화백을 비롯한 유명작가들의 작업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시설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설들이 생겨날 경우 이응노미술관의 위상과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미술전문가는 "이응노기념관이 충남 예산 수덕사에 생겼고 고암 아뜰리에까지 경기도 양주에 들어선다면 대전이응노미술관의 정체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초 기대처럼 대전을 상징하는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려면 분산보다는 집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기관 관계자들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나타내는 등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눈치다.

시의 한 관계자는 "양주에 생길 고암 아뜰리에에서는 이응노미술관처럼 전시는 할 수 없고 체험만 가능하다"면서 "미술관과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응노에 대한 '분점'이 여러 곳에 생기는 것은 결국 이응노미술관의 정체성을 희석하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우려는 하지만 현재 이를 제지할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한편 이응노미술관 추진 당시 대전시가 박인경 명예관장과 체결한 양해각서의 내용에는 '이응노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시설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아뜰리에 같은 시설을 규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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