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산업단지 내 ㈜라텍스코리아가 지난 13일 화재로 완전히 전소되며 공장 터가 폭격을 맞은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가운데 17일 경찰관계자들이 원인규명을 위한 감식을 펼치고 있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17일 오전 11시경. 천연고무로 라텍스 베개와 매트리스를 생산하던 청주산업단지 내 ㈜라텍스코리아가 화재로 완전히 전소돼 공장 터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초겨울을 알리는 칼바람에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라텍스코리아에 화마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13일 새벽 4시경.

기역자 형태의 조립식 철골조 1980㎡가 전부 타면서 소방서 추산 13억 원의 피해를 남기고 공장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까맣게 탄 철골구조는 엿가락처럼 휘어져 마치 용트림을 하듯 얽혀 있었고, 군데군데 타다 만 라텍스 매트리스가 잿더미를 뒹굴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흥덕경찰서 소속 과학수사팀이 현장에 투입돼 화재현장 정밀감식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 큰 화재로 인해 원인규명에 어려운 표정들이었다.

3t 규모의 LPG(액화천연가스) 통과 공장 주변의 월명산은 곳곳에 검게 그을린 자국만 남았을 뿐 다행히 화마를 비켜갔다.

청주시도 화재 당일 포크레인 2대를 급히 동원해 진화작업을 도왔지만 늦가을 새벽에 일어난 불길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자금력이 부족해 상품화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시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000만 원씩 연구비를 지원해줬을 정도로 이 업체에 거는 기대가 컸다.

직원 하나 없이 자본금 5000만 원으로 혈혈단신 사업을 시작해 올해 연 매출 1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던 라텍스코리아의 진동국(45) 대표는 한참 회사가 성장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며 목이 잠겼다.

진 대표는 “화재가 나던 당일에도 한화L&C와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1000억 원대 시트 작업 건으로 미팅이 있었다”며 “공장에 납품할 물건 13억 원어치와 20억 원대의 기계 설비 등 36억 원 정도 손해를 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식을 접한 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도 지원기관들을 수소문하며 지원방법을 알아보고 있지만 특별 재난지역 선포 전까지는 지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5대 홈쇼핑에서도 연일 매진으로 흥행기록을 일으키고 있어서 거래처들은 하나같이 이번 화재를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업체는 ‘키토산 처리를 통한 항균성이 강화된 라텍스 폼 및 그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획득해 유럽의 라텍스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며 폭발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하다.

주변의 안타까움에 진 대표는 “부도를 딛고 이만큼 성장한 것처럼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뛰어난 기술력과 거래처, 원료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내년 5월까지는 반드시 재기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