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되는 각종 '보조금'이 오히려 단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같은 지적은 일부 예술단체가 지원기금을 순수한 의미의 '보조금(주 사업비가 아닌 약간의 도움을 받는 정도)'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주 사업비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예진흥기금, 무대제작지원 등 각종 지원기금은 단체가 자체예산을 수립해 공연·전시 등 창작활동을 하는데 부족한 비용 일부를 문화예술 진흥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예술단체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각종 기금 신청 시 단체가 세운 사업 예산이 그대로 공연에 투입되는 지는 솔직히 의문"이라면서 "지원기금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공연의 규모 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예술계의 공공연 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원기금만으로 문화 활동을 하거나 아주 적은 비용만을 자체 투자하면서 창작활동에 대한 책임감이 약해지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A예술단체 대표는 "자기 돈을 들여 공연·전시를 한다면 손실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든 손해를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할 텐데 상당수 단체들이 그러지 못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창작활동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고 관객들도 외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전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얼마만큼 자부담을 하느냐에 대한 파악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종 기금 신청 시, 자비(자체 부담)와 보조금 신청액을 계획서 내용에 포함하고 있지만 지원 보조금에 대해서는 영수증 대조 등 정산이 가능한 반면, 자비가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원금에 대해 정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의 것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나 마찬가지다"면서 "각 단체를 믿고 신뢰할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경우 예술단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보조금을 기대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구노력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단체를 꾸려가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대전의 경우, 이들 보다는 쉽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조금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