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금미납자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가운데 11일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의 한 주택가에서 사회봉사에 참여한 벌금미납자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11일 오전 10시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한 주택가.

가을햇살이 비치고 있지만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쌀쌀한 바람 탓에 골목길을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문 페인트가 벗겨진 허름한 집 앞에 노란색 조끼와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20여 명의 남녀들이 추위를 잊은 채 연탄 나르기에 여념이 없다.

"나같이 돈 없는 사람한테는 이만한 제도가 또 어딨어. 교도소에 갇혀 일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고마울 따름여."

김 모(69) 씨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진천에 사는 김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벌금 낼 돈이 없던 김 씨는 자식들에게 차마 얘기를 꺼내지 못한 채 몇날며칠을 혼자서 끙끙거리다 법원을 찾았다.

처지를 설명한 김 씨는 법원 직원으로부터 조만간 '벌금미납자 사회봉사 대체제도'가 시행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 씨처럼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내지 못하고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인원은 충북에 38명.

이 중 청주와 청원, 보은, 옥천, 영동, 증평, 괴산, 진천 거주자는 27명.

이들은 법무부가 지난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벌금미납 사회봉사 제도' 참여자다.

대상자들은 지난 10일 장애인작업장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한데 이어 11일에는 청주시 수곡동 일대에서 서원대 연극영화과 학생 10여 명과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을 배달했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갇혀있던 6명도 사회봉사 제도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됐다.

결혼을 앞두고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18일 수감됐던 박 모(30) 씨도 그 중의 한 명.

박 씨는 "자칫 예비신부 측에서 노역장에 유치된 사실을 알고 결혼을 반대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면서 "제도 시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담당하는 청주보호관찰소 직원들도 바쁜 일정을 보내기는 마찬가지.

하루 종일 대상자들과 생활하며 이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보호관찰소 직원들의 몫이다.

때론 '농땡이'를 피우는 이들과 얼굴을 붉힐 때도 있지만 마음만큼은 봉사자 편에 서 있다.

청주보호관찰소 윤석찬 책임관은 "영동 등 원거리 지역에서 오는 봉사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지 근처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로, 세심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해질녘 힘들었던 봉사활동을 마친 13명이 밝은 웃음을 서로에게 건네며 돌아선다. 이들에게서 '어두운 그림자'가 아닌 '새로운 희망'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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