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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80세대의 추억이 서린 지역 내 헌책방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시 동구 고려당서점에서 장세철 사장이 오랜 단골손님과 옛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 ||
7080세대의 추억이 서린 지역 내 헌책방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60년대 대전시 동구 원동을 중심으로 생긴 헌책방 거리는 현재의 중앙시장 통을 거쳐 중동까지 확대하며, 서민들의 추억을 품고 번성했다.
이 시기 헌책방의 주된 품목은 주로 중·고교 학생들의 참고서.
당시 중·고교는 단일 교과서를 채택했고, 교과 과정도 6~7년 주기로 돈이 궁했던 시기, 일부 학생들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고학생들의 유일한 참고서 구입 경로로 크게 각광받았다.
또 미군에게서 얻은 영어잡지나 일본 출장객 등을 통해 들어온 옐로우 잡지의 구입 경로로 70~80년대 지역 중·고교생들의 성지로 불리며, 많은 단골 고객들이 누볐던 곳이 바로 원동과 중동의 헌책방 거리다.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30여 곳이 넘는 헌책방들이 고서와 소설, 참고서를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을 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베이비붐 시대가 끝나면서 다산에서 1가구 1자녀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고, IT시대로 정가보다 저렴한 인터넷서점의 등장과 함께 신간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과 헌책방은 점차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단일 과목 동일 교과서 채택 정책이 바뀌면서 한과목당 수십여 개의 교과서와 참고서의 등장과 함께 수시로 바뀌는 교과 과정 등의 악재는 헌책방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64년에 충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연구실에서 일하다 헌책방 사업을 시작해 48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세철(74·고려당서점 대표) 씨는 아직도 "옛 책이 요즘 출간되는 신간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장 씨는 "당시 연구실의 박봉을 견디지 못해 헌책방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헌책방 사업을 하면서 문헌적 가치가 높은 고서를 찾아 선배나 동기들의 논문 저술에 도움을 많이 준 것이 보람이다. 특히 이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애들 모두 대학 보냈고, 이젠 이 일 자체가 재밌어 매일 나온다"고 밝게 웃음을 지었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남은 헌책방은 운영하는 이효남(50·중도서점) 씨도 산업의 변화에 따라 헌책방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이 아쉽지만 이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이 씨는 "중·고교 참고서도 많아지고, 대학 교재도 자주 바뀌다 보니 점차 수요가 줄고 있지만 아직도 60대 이상의 한문세대들은 단골들이 많다"며 "요즘 고객들은 헌책은 무조건 싸고, 안 좋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의 헌책방은 중동에 1곳, 원동에 14곳 등 모두 15개 서점으로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이 헌책방의 사장님들은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며 오늘도 단골맞이에 여념이 없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