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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사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풍부한 외국 경험을 통한 합리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경찰 총수 출신으로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자에서 흑자로, 불신을 신뢰로, 비효율을 최고의 효율성으로 만드는 등 코레일 개혁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허 사장을 만나 경영 청사진을 들어봤다.
대담=유순상 경제부장
-청장 출신으로 일반 기업체 회장을 맡고 난 후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했다. 경찰조직이나 일반 기업과 비교할 때 코레일의 다른 점 및 본인의 달라진 점은.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일을 한다. 철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 안전이다. 경찰의 수장으로서나 철도공사의 CEO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이 같다. 또한, 경찰조직과 철도조직이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것,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큰 조직이라는 것, 전 국민을 상대로 한다는 것도 일치한다. 우리 임직원이 3만 2000명인데 협력업체나 용역업체를 다 합치면 32만 명이다. 외교관 시절이나 10만 경찰조직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철도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기업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바로 여기에 공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공익성을 강조하게 되면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을 강조하면 국민, 특히 서민 부담이 많아지게 된다. 현재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를 통해 인력과 조직의 슬림화 등 공기업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민부담 해소를 위해 공공성은 가능하면 유지하되, 사업영역은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도록 할 생각이다.”
-사장 취임 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업무 및 계획하고 있는 업무는.
“지난 7개월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국제철도연맹 차기 아시아의장에 만장일치로 당선됐고, 카자흐스탄 철도공사와 MOU체결, 코트라와 해외철도사업 공동추진 등 해외시장에 한국철도기술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철도선진화 추진을 위한 인사혁신과 정원감축, 경부선 KTX 막차시간 연장과 첫차 신설, 홍보대사 선정, '세계 1등 국민철도' 비전선포, 그리고 자동개집표기 철거 행사까지 그동안 벌인 일도 많고 성과도 많았던 것 같다. 당장 2010년까지 영업수지 적자를 50% 수준으로 줄이는 게 급선무다. 최근 조직개편에 이어 연말까지 약 2500억원 비용절감 추진 등 초긴축경영으로 위기극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전역세권 2지구가 민자유치를 이루지 못해 공모사업이 불발됐다. 민자 유치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며, 대전시와는 어떠한 관계 협력 추진할 것인가.
“알다시피 대전역세권개발사업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88만 7000㎡(26만 8000평)를 주거·업무·상업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지난해 어려운 경기여건 속에서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사업공모를 시행했으나, 과도한 기반시설 부담과 도입시설 제약 등의 사유로 공모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반시설부담금 1300억 원의 65%(830억 원)에 달하는 과도한 기반시설부담을 완화하고 세제지원 등 현실적인 사업지원 방안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공사는 대전역세권개발사업의 현실적인 대안모색을 위하여 대전시, 토지공사, 철도공단과 함께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최적의 개발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취임 당시 노사와의 화합을 주창했다. 정원 감축 등으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데 향후 노조와의 관계 개선 방향은.
“이제 노조도 변화해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오래전 법정 공휴일에서 빠진 한글날이 여전히 휴일인 곳은 철도공사뿐이다.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때문이다. 아무리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통념에 합당해야 한다. 노조 전임자 문제도 그렇다. 정부 기준은 20명인데 철도공사는 61명이다. 정부 기준의 3배가 넘는 숫자이다. 불합리한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노조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려면 이제는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버려야 한다. 근무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업 소속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3조 2교대 때문에 비교적 일이 없는 시간에는 사람이 남고, 일이 많은 시간에는 사람이 부족하여 쩔쩔매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장인 나도 임금의 10%를 반납했고 임원들과 2급 이상 직원들도 임금을 자진 반납했다. 국가적으로 어렵고 국민들도 고통받고 있는 시기이다. 노조가 먼저 임금을 반납하자고 나설 수는 없는지 아쉽다. 이에 공사는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하여 임금 동결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원칙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나 불법·부당한 행위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오는 2012년까지 1100억 원의 영업 흑자 목표를 설정했다. 실현 비법은.
“ 2012년까지 사업영역을 현재의 여객, 물류, 개발 등 철도운송사업 중심에서 종합생활서비스, 종합물류, 국내외개발 등 연관사업까지 확장해 매출액 5조 1000억 원, 영업흑자 1100억 원 실현과 함께 글로벌종합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다. 특히 철도를 통한 녹색물류는 미래 한국철도를 먹여살릴 신성장동력이다. 거점간 단순이동물류에 머물지 않고 제3자 물류·보관·유통 등 사업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전국에 산재한 철도부지를 물류복합환승기지센터로 개발해 종합물류회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대기업들과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국방 및 조달물자를 도로수송에서 철도로 운송하는 '모달시프트(Modal Shift)’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코레일 인증제 도입 등 노력을 통해 철도수송분담률을 2012년까지 15%로 끌어 올리겠다.”
-과거와 달리, 철도 여객수송분담률과 화물수송분담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분담률이 떨어진 이유와 향후 목표 계획 및 실현방안은.
“수십 년간 철도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다. 지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정책은 철저히 도로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961년 대비 도로 인프라는 4배 증가한 반면, 철도는 1.1배였다. 최근 선진국들의 철도투자가 도로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지난 8월 3일 비전 선포식과 더불어 녹색철도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모든 역량을 가동해 2012년까지 여객은 20%, 화물은 15%까지 끌어올리도록 할 생각이다.”
-최근 4대 대기업과 물류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는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미래 한국철도를 먹여살릴 신성장동력은 녹색물류라고 생각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대기업과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는 녹색마일리지제가 도입되고, 이에 따라 기업이 물류를 철도운송으로 전환할 경우 톤킬로당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탄소배출 감소효과에 따른 운임할인 혜택도 제공하게 된다. 또 지속적으로 철도 수송량을 증대하기 위해 새로운 철도부지 개발, 철도 물류기지 확충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며, 이를 통해 최상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7.2%(연톤거리 기준)인 화물수송분담률을 2012년까지 1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난항을 겪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추가 합의를 이루게 됐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드림허브프로젝트 금융투자주식회사와 토지대금 납부 조건 조정, 현물매입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협약 변경안에 합의했다. 이번 사업협약 변경안은 지난 9월 1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개정한 것에 따른 것으로, 분납기간 연장과 분납비율 조정 등을 통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정상화되어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현재 어려운 자금시장 상황을 감안해 사업초기 드림허브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즉 분납기간을 연장하고 분납비율을 조정해 분양수입이 들어올 때까지 금융비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에 철도가 서 있다. 저탄소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 과제 및 장기 계획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세계는 '탄소전쟁' 중이다.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탄소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정부도 국제적인 '저탄소 경제'의 흐름에 동참해 2020년까지 3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도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철도교통수단의 중요성에 대해 라디오 연설에 이어 철도의 날 특별 메시지를 전달했다. 탄소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나무 효과'라는 게 있다. 철도를 타는 것만으로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연간 이산화탄소 5㎏의 CO2를 흡수한다. 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로는 11.5㎏ 의 CO2를, 자동차로는 66㎏의 CO2를 배출한다. 그 차이가 55㎏나 되는 셈이다. CO2 55㎏는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같다. 즉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이용한다면 소나무 11그루를 심는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여객과 화물의 수송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2012년 화물의 수송분담률을 지금의 두배로 올리는 계획이 착착 실행중이다.”
정리=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사진=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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