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플루 환자 및 사망자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국민이 신종플루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28일 대전시내 한 거점병원에는 늦은 야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낮에 잘 놀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기침에 열까지 올라 한달음에 달려왔어요"

지난 27일 밤 11시 대전지역 A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 응급실 앞.

5살 딸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응급실에 도착한 서모(39·여) 씨는 "아이가 평소에 천식증세가 있는데 더 위험한 것 아니냐"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 씨는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와 부모들을 보고 "급히 오느라 마스크도 미처 챙겨오지 못했다"며 "빨리 차례가 와야 하는데 대기 중인 인원을 보니 한참 걸릴 것 같다"고 안절부절했다.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신종플루 증세로 이 거점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인원은 120여 명으로 낮부터 이어진 환자들의 발길은 늦은 밤에도 변함이 없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플루 패닉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관련기사 5·14·15면

대전의 B 거점병원도 상황은 비슷해 하루 평균 500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이 몰려 응급실 앞에 모두 4개의 임시 진료소를 마련해 환자들을 받고 있지만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로 마련된 좁은 대기소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환자들은 응급실 앞으로 내몰려 바닥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장기간 대기하는 동안 신경이 날카로워진 일부 환자들은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며 병원 측에 항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거점병원의 한 간호사는 "의심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서로 간에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노인환자들 중 예방백신을 먼저 접종해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C 거점병원의 경우 평상시 내원환자가 하루 평균 250여 명인 가운데 지난 26일에는 내원객이 800여 명이나 몰려 주차장이 마비되기도 했다.

D 거점병원은 신종플루 확산세가 더욱 기승될 것으로 판단, 응급실 내 마련했던 신종플루 대기실을 병원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건물 1층으로 지난 27일 이전했다.

신종플루 환자 접촉이 잦은 의료진도 비상이다.

모 거점병원 응급실 전담의사는 "신종플루 의심증세가 있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있다"며 "병원 직원 중 감기 증상이 있을 경우 확진검사 대신 조기에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긴급 대책을 발표한 지난 27일 이후 일반 병·의원에서도 타미플루 처방이 용이해지면서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거점병원보다는 일반 병·의원으로 환자들의 발길이 이동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전 둔산의 모 소아과 관계자는 ‘28일 오전부터 신종플루 검사를 받기 위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1시간 이상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 거점병원 관계자는 “시기만 다를 뿐 언젠가는 한번쯤 국민들 모두가 신종플루에 감염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과도한 불안감보다는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준수하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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