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모르고 영수증도 없이 무작정 쌀을 RPC(종합미곡처리장)에 넘기고 있습니다.”
농민 A 씨는 얼마전 마지막으로 수확한 쌀을 돈도 받지 않고 인근의 민간 RPC로 보냈다.
대신 나중에 농협 매입가에 따라 시세가 결정되면 그 때 기준으로 값을 치르겠다는 구두약속만 받아둔 상태다.
어느 정도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쌀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쌀을 넘기는 농민이나 이를 사들이는 민간 RPC 모두 가격 책정에 있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실제 이달 초만 해도 최상품 쌀 40㎏ 한 가마에 4만 7000원을 받았지만, 수확이 진행될수록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근에는 4만 3000원 선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가을에는 40㎏ 당 5만 3000원에 비하면 무려 1만 원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농민들은 그나마 있던 판로마저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너도나도 쌀을 받아주는 RPC를 찾아나서고 있다.
민간 RPC 역시 앞으로 가격이 더 폭락할까봐 섣불리 가격을 메기지 못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A 씨는 “보관할 곳도 없는데다 아예 쌀을 팔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영수증이나 확인서도 없이 RPC에 쌀을 맞겨두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가격이 계속 떨어지니까 민간 RPC들도 농협 눈치만 보고 있어 불안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쌀 파동이 심각해지면서 농민들도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21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이하 한농연)는 농협 충남지역본부에서 쌀 야적시위를 벌이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한농연은 쌀 대란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달 17일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