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 ||
한국농어촌공사(사장 홍문표)가 관리하는 논산 가곡지는 노성면 가곡리와 병사리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병사저수지라고도 일컫는다. 전국적으로 가곡저수지보다는 병사지란 이름이 더 통한다. 대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대물터로도 유명하다. 홍성군 갈산면 가곡리에 있는 가곡저수지와 이름이 같다.
논산 가곡지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목포에서 남원~논산~공주~수원을 거쳐 한양까지 과거시험을 보러 다녔던 일명 ‘이도령 도로’(논산~공주 간 23번 국도 옆도로)를 끼고 있는 노성면 소재지로부터 약 3㎞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노성면 병사리는 16세기 후반 파평윤씨의 후손 윤창세가 부친의 묘소를 이곳 비봉산 자락에 모시고, 자신도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을 계기로 형성된 마을로 1894년 신분제 해방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간 윤씨 일문(一門)과 더불어 재실과 묘소, 종학당, 신도비, 의창, 유봉영당 등 파평윤씨와 관련된 건축물과 상징들이 집대성돼 있다.
가곡지는 6·25동란이 끝난 1953년 1월 1일부터 1955년 12월 30일까지 축조됐으며 병사리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어 주변 풍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 |
||
◆농업용수 기능
가곡지는 유역면적 500㏊, 관개면적 208㏊, 총 저수량 87만 6000톤의 중대형 저수지다. 계곡에 들어앉은 장방형 저수지이며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게 주된 임무다. 본격적인 농번기인 4월부터 9월말까지 용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10월이후엔 수위가 뚝 떨어진다. 2003년 홍수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제방을 1m 50㎝ 가량 높이고, 13억 원을 투입해 여수로 공사를 완료했다. 제방의 길이는 315m. 맛 좋은 쌀이 넉넉히 수확되는 노성면 일원 농경지들이 가곡지의 물을 받아 풍성한 수확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수박·딸기·가지·오이·멜론 등 노성면 일원 비닐하우스 농작물에도 가곡지의 생명수가 공급된다.
가곡지는 주로 붕어, 잉어, 가물치 등 어자원이 풍부하고 산란철에는 대형붕어도 곧 잘 낚인다는 소문이 파다해 초봄만 되면 많은 조사들이 몰리기도 한다.
가곡지는 수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일자(一)로 길게 뻗어있고, 연안을 따라 수초가 적당하게 발달해 있으며 버드나무가 중류권 안쪽으로 형성돼 있어 알짜배기 씨알터로도 인기가 높다.
![]() |
||
◆관광 휴양 기능
훈련소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논산은 곳곳에 고택과 향교, 서원이 있는 예학의 고장이다.
가곡지 주변에도 파평 윤씨의 한 종갓집인 윤증고택(중요민속자료 제190호)과 윤씨 종중과 문중의 내외척 자녀들을 모아 교육했다는 파평 윤씨 종학당을 비롯해 논산 8경 중 하나인 노성산성, 충남도 지정 기념물 제118호인 노성향교,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돈암서원 등이 세월의 묵은 때를 켜켜이 떠안은 채 위엄을 잃지 않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 제격이다.
윤증(尹拯)은 17세기 조선의 격동기를 살다간 경학 및 성리학자이며 예학자다. 자(字)는 자인(子仁)이고 호는 명재(明齋)이며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인조 7년(1629) 윤선거의 장남으로 태어나 8세 때인 1636년에 병자호란을 만나 가족과 함께 강화도로 들어갔다가 이듬해 청군에 의해 성이 함락되고 부친인 윤선거는 강화도를 탈출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일로 윤선거는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여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향리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하였고, 윤증 역시 평생을 산림처사로 일관했다고 전해진다.
가곡지와 마주하고 있는 종학당은 조선 선조 21년(1643년) 윤선거가 종중과 문중의 내외척 자녀들을 모아 교육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학당에서 공부하고 대과에 합격한 인물이 모두 47명이라고 하니 그 위세를 실감할 수 있다. 종학당에 들어서면 건물 자체보다는 정수루와 강당에 눈이 먼저 가게 되는 데, 정수루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잘 배치해 놓은 나무들과 정원, 종학당과 담장을 넘어 파랗게 깔린 가곡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종학당에서 노성면 교촌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노성면사무소 가까운 곳에 파평 윤씨의 한 종가인 윤증고택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상류 양반가정의 표본이 되는 주택 형태로 안채의 'ㄷ'자와 사랑채가 만나 'ㅁ'자 모양을 이루는 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양반집이라고 해서 사극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으리으리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고택의 우아함과 연못의 배롱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꽉 차서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옛 집에 대한 깨달음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윤증고택은 종손인 윤완식(54) 씨가 지난 7월 건축 300주년을 맞아 충남도 역사문화연구원에 기탁했다.
가곡지에 낚시를 왔다가 지나는 길에 들를 수 있는 돈암서원과 거대한 미륵상이 우뚝 서 있는 관촉사 역시 논산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덤’이라 할 수 있다. 황산벌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친 계백장군의 묘소도 인근 부적면 신풍리에 위치해 있고, 지나는 길에 꽃살문으로 유명한 쌍계사도 만날 수 있다.
한편, 강동환 한국농어촌공사 논산지사장은 "가곡지는 논산 노성면 일원의 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돼 반세기 동안 이 일대의 젖줄로써 제 역할을 다하고 있고, 현재는 강태공들도 즐겨찾는 조대(釣臺)로도 각광받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가곡지가 노성면 일원 용수원으로써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