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모 문화시설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자신의 업무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매번 계약에 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

원칙상 계약업무는 행정직 공무원이 해야 하지만 불만이 있어도 이의제기를 못한다.

2년마다 이뤄지는 재계약 평가 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 씨는 "업무 외의 일을 해야하다보니 정작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린다"면서 "일에 대한 융통성도 부족해 답답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문화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직 B 씨는 "문서작성 등 문화시설 전문직(계약직)들의 '잔업'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창의적 업무 제안 등은 생각하기도 힘들뿐더러 반영도 거의 안 된다. 새로운 일 추진에 대해 관리부서의 거부감이 심해 말하기가 꺼려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문화를 창달하는데 첨병 역할을 해야 할 문화시설 전문직 종사자들이 의전 등 업무 외적인 일에 시달리는 등 전문가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를 전공하고 해당 분야에선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계약직'이란 이유로 신분상 불안을 느껴, 아이디어 제시 또는 창의적 업무 추진 시 '자기검열'이 매우 심해 능력발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업무를 추진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재계약 시 상당한 불이익이 가해지기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같은 지역의 현실은 문화시설 관리부서의 명칭을 '지원팀'으로 변경하고 문화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려는 타 지자체의 노력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역문화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각 시설의 불합리한 시스템 개선이 더딜 뿐만 아니라 각 문화주최와 문화시설관계자들의 관계 역시 소원해져 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수년 간 모 문화시설에서 일해 온 C 씨는 "문화전문가(계약직·전문직)들의 활동 지원을 우선하기보다는 이들을 관리·감독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신을 갖고 일할 문화전문가들이 몇이나 되겠냐. 결국 평가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 전문가들은 "놀랍게도 지역에서 일하는 문화시설 전문직 종사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문화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일부 행정직들에 대한 재교육 등 문화시설 전문직 종사자들이 소신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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