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대전시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광·외유성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연수 결과물 부실 등 사후 관리도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의회의 동료 의원들이 이미 다녀왔던 곳을 다시 방문하는 ‘재탕연수’는 물론, 해외연수 후 작성한 결과 보고서는 방문 목적에 부합되는 고민이나 대전시정 발전을 위한 대안 도출 보다는 방문지에 대한 일반 현황이나 관광지 안내 등 형식적인 부실 정보로 채워져 있다.

◆목적만 다르면 재탕도 OK =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5명과 시의회 직원 3명 등은 지난 2006년 12월, 14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지방자치운영 상황 및 관광·문화·체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 터키, 스페인, 이집트 등 유럽과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했다. 여기에 사용된 예산은 총 4660만 원.

당시 이들 의원들은 대부분의 일정을 현지의 고고학 박물관, 문화유적지, 궁전, 미술관, 축제현장, 문화유적지 등 관광지를 둘러본 것으로 확인돼 ‘관광성 외유’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6명과 관계 공무원 등 10명도 지난해 1월 그리스, 터키, 이집트, 스페인 등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지방자치 사례 습득이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1년여 전의 방문 코스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를 위해 3754만 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방문코스는 관광지 위주 = 지난 2007년 1월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 소속 의원 5명과 직원 등 10명은 선진 지방의회 견학이란 명목을 달고 8박 10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연수 동안 로트루아 시의회와 노인복지시설 2곳만 방문했을 뿐 나머지 일정은 모두 관광지 투어로 채워졌다. 블루마운틴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오페라하우스, 마운트쿡 빙하 트레킹, 폴로네시안풀 유황온천, 와카라와 민속촌까지 20여 곳에 이르는 관광지를 돌았다.

해외 자매도시 의회 교류협력 차원에서 지난 2006년 10월에 떠난 베트남 국회출장 역시 의례적인 만찬을 빼곤 베트남과 캄보디아 문화유적지 방문으로 일정의 대부분을 채웠다.

◆초등학생 감상문보다 못한 연수결과 보고서 = 시의회 산건위는 지난해 그리스, 터키, 이집트, 스페인 등을 방문한 후 40쪽 분량의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심한 수준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방문지에 대한 일반적인 현황과 역사, 관광지 소개 등 국내 서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모을 수 있는 수준의 자료와 기념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연수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은 달랑 한 장에 불과했다.

게다가 의원 연수에 대한 예산 사용 내역 등에 대해선 보고서에 전혀 기록하지 않아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예산을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등 연수 후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지방의원들의 부실 해외연수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회의원 해외여행규칙'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의회는 이와 관련된 조례 개정 등의 조치에 미온적인 상태다.

시민사회단체는 “뚜렷한 방향을 설정해 '목적성 연수'가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연수 후에는 보고서를 만들어 의정활동에 참고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며 “특히 해외연수 추진 과정의 투명한 공개는 물론 알찬 보고서 작성과 연수에 사용한 예산 내역 공개 등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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