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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호남 출신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앞섰던 그는 부인과 함께 과감히 충청도 출신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중간개표 결과, 충청도 출신 후보는 광주에서 단 두 표를 얻었다.
동료들로부터 “너지?”라며 비난 아닌 비난을 들었던 것은 당연했다.
고향사랑이 남다른 ‘해결사’ 한대화(49)의 일화다. 그런 그가 25년 만에 꼴찌로 추락한 독수리를 부활시키라는 특명을 받고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한대화 신임감독을 13일 대전한밭야구장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자 스카우터와 함께 용병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한 감독의 뒷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직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시기지만 그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 팀 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팀이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로 추락한 터라 그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에선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았기 때문인지 의욕도 넘쳤다.
가장 먼저 내년 시즌 팀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해 묻자 ‘훈련량’과 관련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김인식 감독 시절 한화는 훈련량이 다른 구단에 비해 적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 왔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훈련량을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한화는 마운드가 약한 만큼 내년 시즌에 대비해 어린 투수들을 조금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투수들은 퀵모션, 제구력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타자들은 타격 뿐 아니라 수비, 주루 부문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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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화의 가장 취약점은 팀 플레이였다. 폭투나 수비실책, 도루실패 등이 전체적인 팀 분위기 저하로 이어져 연패의 늪에 빠지곤 했다.
한 감독은 삼성 수석코치로 있던 시절부터 그런 한화의 ‘고질병’을 인지하고 있었다. “삼성에 있을 때 한화랑 경기를 하면 편하게 야구했다”는 그는 “한화는 수비나 주루플레이 등에서 상대팀을 압박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팀 색깔의 변화를 얘기했다.
“주루나 베이스러닝이란 게 빠른 선수만 있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느린 선수가 있더라도 한 베이스라도 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포수가 있더라도 투수가 못하면 도루 허용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공격력은 갖고 있는 팀이니까 유지하면서 팀배팅과 주루플레이를 강화하고 투수의 투구모션을 바꾸는 등 팀 컬러의 변화를 꾀하려고 해요.”
그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김태균과 이범호다. 한화 타선의 핵심인 두 선수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선 두 선수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두 선수 모두 일본쪽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당장은 답이 없다”는 그는 “어떻게든 두 선수 모두를 잡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우나 이도형 등도 올 시즌 한화와의 계약이 만료된다고 묻자 “무조건 잡아야죠”라며 의지를 나타냈다.
마운드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얘기들을 털어놨다. “김혁민은 올 시즌 막판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유원상이나 안영명도 내년 시즌엔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젊은 투수들이 올해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까 내년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류현진이야 워낙 ‘괴물’이기 때문에 다른 젊은 투수들을 그 정도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면 안 돼요. 선수들이 많은 훈련을 통해 의욕적으로 임하면 성장할 것입니다.”
외국인 용병 운용에 대해선 “용병도 투수만을 영입하려고 해요. 토마스는 일본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고 연지는 올 시즌 부진해서 아마 힘들 것 같아요. 구단에서 여러 선수들을 리스트에 올려놨다고 하니까 지켜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전으로 돌아온 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고향인 대전에 돌아와서 굉장히 좋아요. 그만큼 부담도 큰 게 사실이구요. 대전 출신이 프로야구 감독된 게 전국적으로 처음이나 다름없어요. 잘해야 된다는 마음 뿐입니다.”
대전으로 이사는 끝냈냐고 묻자 “올 3월에 이사 끝냈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한화 감독으로 내정된 게 9월이었는데 지나치게 빠른 이사였다. “미리 알았던 건 아니고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이 비어서 대전으로 이사온 겁니다. 대구에서 왔다갔다 하기엔 서울보다 대전이 편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그는 고문으로 위촉된 김인식 감독과는 한화의 마지막 경기 때 본 후 연락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동국대 시절 사제지간이긴 했지만 전임 감독과 후임 감독이라는 어색함이 묻어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향 친구들은 많이 만났냐는 질문에 한 감독은 “아직 못 만났어요. 할 일이 너무 많아서요”라며 웃음 지었다.
한 감독과의 만남은 점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야구장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시민 한 명이 한 감독의 이름을 불렀다. 내년엔 한화가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한 감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본 내년 시즌 팀을 몇 위까지 끌어올릴 거냐는 우문(愚問)에 그는 “몇 위라고 목표를 잡기 보단 ‘변화’에 주력하려고 한다”는 현답(賢答)으로 응했다.
맥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으면서도 질문은 이어졌다. 욕심나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많이 있는데 머릿속에만 갖고 있다. FA로 나오는 선수 중엔 다른 구단보다 김태균과 이범호에 욕심 있다”며 말을 아끼길래 “삼성에 있을 땐 누가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냐”고 우회적으로 다시 물었다.
“글쎄요. 누굴 데려와야 하나. 타자는 채태인, 투수는 오승환?(웃음)”
일본 교육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14일 일본으로 떠난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대전시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올해는 대전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내년엔 올해보다 나아진 새로운 모습으로 남들이 봐도 변화된 것 같다라 생각하게 만들 겁니다.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팬들하고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자리를 종종 만들겠습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