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에 이어 실물경기까지 불확실성 공포가 엄습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각종 계약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지역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해 계약해지 건수가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는 며칠 뒤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불안해진 현 상황이 계약해지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각종 계약해지 현상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예식장 예약해지 사태가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자금을 목적으로 펀드에 투자했다 목돈을 날린 예비부부들의 결혼날짜 연기와 해지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게 예식장 업계의 설명이다.
예식장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주요시간 예식예약이 끝마친 상황이지만 경기불황의 이유로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올 12월 결혼식 날짜를 잡은 예비부부는 펀드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가 감당을 하지 못해 결국 결혼을
무기한 연기시켰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립식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예비부부에서부터 일반 서민들까지 목돈을 날려 자동이체 통장의 잔금을 없애는가 하면, 정기적금을 해약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보험을 해약하는 일까지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회사원 이 모(44) 씨는 최근 3년여간 가까이 들었던 적립식 예금적금을 해지했다. 주가폭락으로 적립식 펀드수익률이
반토막 난데다 대출이자가 치솟아 당장의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2년여만 더 예치하면 300여만 원의 이자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중도해지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한탄했다.
이 씨는 "아이들은 계속 커가고 목돈은 들어가는데 원금도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적금이 무서울 수 밖에
없다"며 "아이들의 학원을 반으로 줄이고 생활비도 절약하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치는 것은 자신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아침마다 배달시켰던 우유와 건강식품을 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연말 할인률이 높은 자동차를 계약했다 해지하는 경우는 물론 해외여행 계획마저도 포기하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주부 박 모(39) 씨는 "최근 남편이 자동차를 계약했지만 집안 경제여건상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경제불황의 늪을 극복하기
위해 수년 동안 배달시켜 먹었던 우유도 끊는 등 다시 가계부를 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