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반면 대전시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올해 확보한 백신량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줄어 접종대란이 우려된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만 65세 이상 무료 접종대상자들에 대한 투약업무를 담당했던 각 구 보건소가 올해는 일반 병·의원으로 업무를 위탁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근시안적 복지정책과 의료계의 이기주의적 행태로 인해 서민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8일 보건복지가족부, 대전시, 5개 구청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 5개 구 보건소는 지난 5일 시설생활자에 대한 방문 접종을 시작으로 오는 12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독감 백신접종을 진행한다.

또 대덕구(21일부터)를 제외한 4개구는 오는 19일부터 65세 이상(서구는 70세 이상) 시민들에 대해 무료접종을 시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모두 6만 1660명분에 대한 백신을 확보하고,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시설생활자 등에 한정해 백신을 우선 공급키로 했다.

결국 지난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대전시민이 모두 12만여 명(유료 접종 포함)으로 올해 접종 희망자가 전년도와 비슷한 수요만 발생해도 5만 8000여 명분의 백신이 부족한 셈이다.

특히 대전시민 중 65세 이상 고위험군층이 7만 8000명(2008년 말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대상자의 30%는 약이 없어 접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처럼 올해 독감 백신 품귀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녹십자, SK 등 국내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이 올해 신종플루 백신 생산을 위해 독감백신 생산량을 크게 줄인 결과 전체 공급량은 지난해 1550만 명분보다 29% 가량 감소한 1100만 명분 생산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독감백신이라도 맞아두려는 시민들이 크게 증가한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매년 보건소에서 진행하던 유료접종을 포기하는 한편 65세 이상의 무료접종을 보건소가 아닌 지역 120여 개 병·의원으로 업무를 위탁했다.

이와 함께 시 예산으로 독감백신을 자체 구매해 부족분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5200원(조달청 납품가) 미만으로 구매했던 독감백신은 올해 1만 2100원(조달가 7568원)으로 2배 이상 폭등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시민·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역 의료계 인사는 "65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무료접종을 마치 병·의원의 의무처럼 강요하고 있다"며 "의료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병·의원의 적자분이나 인건비 지원도 병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보건정책을 비난했다.

대전시 중구 태평동에 거주하는 박모(43) 씨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에게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가 네 탓 공방만 하는 동안 이번 접종대란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서민들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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