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우수성은 미국에서도 정평이 나있습니다. 요즘 젊은세대들이 무분별하게 한글을 사용할때는 안타까울때가 많죠.”

원어민교사는 벽안(碧眼)의 외국사람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해외교포들도 조국을 찾아 원어민교사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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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에 근무하는 미국명 찰스 고, 한국명 고대창(36·사진)씨가 바로 그 예다. 대학(하와이 주립대) 졸업 후 미국에서 교편을 잡던 그는 지난 2002년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아내 한성희(34) 씨와 결혼하자마자 한국으로 왔다.

서울 출신인 그가 부모님을 따라 10살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지 10여년 만이다. 서울에 잠시 머물던 그는 지난 2003년 원어민 교사로 대전을 찾은 지 6년째 대전사람이 됐다. 아들 고준우(5) 군도 대전에서 태어났다.

중일고와 대전외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지금은 대전교육청에서 원어민 교사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그에게 충청도 사랑과 한글 예찬은 남다르다. 아들도 영어보다 한국어부터 가르쳤단다. 미국 현지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다니다보니 어느새 우리나라 말이 하나둘씩 잊혀졌다. 대학 재학 때 스스로 한국어수업을 찾은 것도 그런 이유. 당시 수업도중 미국교수의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 언어는 과학이다.’

“제가 고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한국어 수업은 없었습니다. 스페인어, 불어, 독어, 일본어 위주였죠. 그러나 요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며 한국어 강좌가 많이 늘었습니다.”

최근엔 미국 현지에서 아시아 역사나 언어를 전공한 학생들이 공부를 하다 한국에 빠져 한국을 찾는 사람이 상당하단다. 영어교사지만 한글 예찬론자이기도 한 그에게 요즘 청소년들의 비속어나 외계어 사용은 안타깝다.

“세계의 모든 언어가 하루에도 수십개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한글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러나 무분별해지면은 안된다고 봅니다. 아름다운 한글을 후대에 잘 물려주기 위해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봐요.”

한글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얼마전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는 얘기에 가슴 한켠이 뿌듯했다.

“그 동안 한국이 외래어를 빌려올 수 밖에 없던 상황이라면 이젠 외국에서 한글을 빌려가도록 해야겠죠.”

요즘 시교육청에서 좋은 선배 장학관·장학사들을 만나 업무배우기와 인심 좋은 대전생활에 푹 빠져 있다는 찰스 고 씨. 아내와 제자들에게 한국말을 열심히 익혀 이젠 한국어 사용이 능숙해졌다는 그는 “한국어로 글을 잘쓰고, 잘읽고, 토론을 잘하는 학생들이 영어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며 한글사랑이 영어실력 향상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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