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폐지값이 폭락하며 고물수거로 근근이 생활하는 노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6일 청주시 운천동에서 한 노파가 폐지를 줍고 있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하루하루 끼니 걱정이 제일 크지. 쌀 걱정 안하고 살아보는 게 소원이여”

6일 새벽 6시경. 충북 청주 흥덕구 봉명동 주택가 골목에서 꾸부정한 몸으로 박스가 가득 담긴 손수레를 끌고 골목을 누비는 김정예(76) 할머니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폐지 줍는 일마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장기화된 경기한파로 고철 값에 이어 폐지 값까지 폭락하면서 폐지를 수거해 근근이 생활하는 노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계를 위해 폐지나 고철을 줍던 노인들이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수입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김 할머니처럼 새벽부터 부지런히 나와서 주택가와 시장 인근을 돌며 폐지나 고물, 빈병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고작 1500원이 전부이다.

대충 점심을 때우고 오후에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고물상에 내다팔게 되면 하루 종일 2000~3000원이 김 할머니의 품삯인 셈이다.

이날 오후 2시 청주 흥덕구 신봉동의 한 고물상.

이곳에서 만난 최 모(49) 씨의 경우 한창 일할 나이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3년 전 직장에서 쫓겨나 이일 저일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물 줍는 일에 뛰어들었다.

최 씨는 “예전에는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고물을 주워 팔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사실상 전쟁과 같다”며 “이 일도 경쟁이 치열해 하루에 3000원을 벌기가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조회사에 다녔던 최 씨는 직장을 잃게 되면서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사라져가면서 부인과도 이별하고 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

최 씨처럼 30~40대 젊은이들이 실직을 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과거 노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폐지와 고철을 줍는 일까지 내주게 되자 노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고 기동력이 떨어지다 보니 노인들은 이틀 동안 폐지를 모아도 1000원을 넘기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지난여름에만 하더라도 폐지 가격이 1㎏당 150원까지 했던 것이 제지회사들의 경영 악화로 지금은 절반 가격인 1㎏에 80~90원으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신홍규(38) 청주 상당고물상 대표는 “고철은 현재 1㎏에 250~300원 가량 하고 있는데 조만간 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물건은 한정돼 있고 고물상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고물상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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