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이 떨어진 쌀 값을 생각하니 오늘 수확은 흥도 보람도 없습니다.”

6일 대전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A(55) 씨는 집 근처 6600㎡(2000평) 규모의 논에서 올해 마지막 추수를 마치면서도 긴 한숨을 쉬었다.

집중호우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도 피해가고 별다른 병충해도 없어 풍작을 이뤘건만, 정작 손에 쥔 쌀 값은 예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른 추석을 맞아 수확을 서둘렀던 A 씨는 한가위 특수를 기대하고 인근 RPC(종합미곡처리장)로 수매 벼를 가져갔지만, 가격은 우려했던 대로 곤두박질 친 상태였다.

최고 품질이었음에도 A 씨가 받은 돈은 40㎏ 한 가마에 4만 7000원, 지난해(5만 30000원)에 비하면 가마당 6000원이나 빠진 셈이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는 햅쌀이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에 팔리는 현실은 A 씨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A 씨는 “올해 남아도는 쌀을 대부분 처분했다는 소식에 어느정도 안심했는데 막상 팔아보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그러나 소비자가격은 추석 햅쌀이라고 예년 가격 이상으로 팔리는 것을 보니 더욱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마음에 A 씨는 벼 수매와 관련해 농식품부에 문의도 해봤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지난달 말 추석을 앞두고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도 ‘쌀 값은 안 떨어졌다… 모르겠다’등의 동 떨어진 얘기만 들었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직접 만나보기도 하고 전화도 해봤지만 정부가 농가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A 씨를 포함한 농민들은 최근의 쌀 값 폭락이 추수물량 쏠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길 바라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이 빨라 햅쌀 소진이 적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예상량은 대풍이었던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많을 전망”이라며 “특별한 시장 대책이 없으면 쌀 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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