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주말을 맞아 친구 박 모(29·여) 씨와 함께 속리산 산행에 나섰던 고 모(29·여) 씨.

고 씨는 그 날의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친구와 함께 속리산 산행에 나섰다가 등산로를 이탈한 뒤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등산에 나선 뒤 오후 3시 56분 경 속리산 천왕봉에서 등산로를 따라 하산 하던 중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코스를 이탈했고 조난 13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119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에 나섰던 한 소방관은 “때마침 약한 비가 계속 내렸고 고 씨 등이 한 곳에 있지 않고 계속 위치를 이동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단풍철을 맞아 무리한 산행에 나갔다가 사망하거나 조난 사고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가을철 산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날씨가 선선해 지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9~11월의 경우 단풍놀이 등 산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악사고는 전체 발생건수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충청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9~10월 도내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는 총 32건으로 5일 남짓 밖에 지나지 않은 10월에도 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11월 산악사고도 각각 9월 63건, 10월 55건, 11월 33건이 발생해 지난 한 해 전체 산악사고 390건의 38%를 차지했고 지난 2007년 9~11월 산악사고 또한 102건으로 한 해 발생한 전체 산악사고 303건의 31%를 차지했다.

산악사고의 원인은 폭우와 폭풍, 안개 등 자연적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방심과 부주의, 준비부족 등 인위적 요인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 씨 일행의 조난사고도 사전 정보없이 등산에 나선 인위적인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 됐지만 때마침 내린 비로 인한 자연적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여기에 119에 구조 요청을 한 뒤 자리를 지키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위치를 이동한 것이 이들 일행의 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산악사고는 준비 없는 ‘과시형 사고’가 많다”며 “익숙한 산이 아니면 혼자 등산하는 것은 피하고 일행 가운데 가장 체력이 약하고 등산에 미숙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을 올라야 하고 적정한 배낭의 무게는 30㎏ 이하, 나무 등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손에는 되도록 아무 것도 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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