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김 모(42·대전 서구) 씨는 최근 고교생 자녀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았다.

반 친구들에게 자율학습 전 피자나 햄버거 같은 간식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일도 아닌데 왜 간식을 사냐고 물었더니 “친구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간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나도 한 번은 사야 눈치가 안 보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피자를 사서 보내긴 했지만 왜 몸에도 안 좋은 패스트푸드를 부모들이 앞장서 먹이는지 이해가 안 됐다”는 김 씨는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과의 위화감 문제도 있고 학생비만도 걱정인데 이런 문화는 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속한 교실의 급우들에게 제공하는 피자, 콜라, 햄버거 등의 간식거리가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식도락’을 주기 위해 제공하는 음식들이 비만을 유발하고 있고 간식을 산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까지 부르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패스트푸드들은 ‘학교 퇴출음식’으로 정해져 내년부터 학교 매점과 인근 판매점에서 사라질 예정이지만 학부모들로부터 제공되는 음식은 제재할 방법이 없어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충남지역 초·중·고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학기초나 회장·반장 선거기간이 되면 일선 교실은 학부모가 제공한 각종 먹을거리들로 성시를 이룬다.

이들 음식은 주로 피자와 콜팝(콜라+치킨),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들로 학부모들 사이에선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사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이뤄져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이런 패스트푸드들이 학생비만 유발식품으로 정해져 내년부터 학교에서 퇴출될 예정이지만 학부모들의 공급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비만을 줄이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부모로부터 제공되는 음식은 막을 길이 없다”며 “해가 갈수록 학생비만율이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최근 수년 간 ‘헬스케어’, ‘비만예방선도학교’, ‘비만바우처사업’, ‘날씬가꾸미’, ‘비만예방캠프’ 등의 각종 프로그램들로 비만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학생비만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의 경우 2004년 11.6%(2만 7988명)였던 전체학생 대비 비만학생 비율이 지난해 13.0%(3만 2129명)으로 높아졌고 충남도 2004년 11.1%(3만 2327명)에서 지난해 13.4%(3만 9630명)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 학부모가 제공하는 음식들을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 지도·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지역 교육단체 관계자는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다른 음식들을 간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나”라며 “학부모들에게 이들 음식이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리고 계도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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