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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을 지키며, 법의 존재도 모른 채 살고 있지만 한편에선 법을 경시하며, 우리가 세운 법 질서를 흔드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법이 처벌위주의 사후약방문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해 시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법조인이 있다. 그가 바로 지난달 대전지방검찰청으로 부임한 한명관(50) 검사장. "법은 행복을 창조한다는 믿음으로 근무한다"는 한 지검장의 취임 한 달을 맞아 그의 법철학과 검찰의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 대담=김도운 제2사회부장
-대전지검장으로서 취임소감은.
“본관은 청주 한씨로 아버지가 충남 조치원에서 25년간 개인병원을 운영했다. 결국 충청도는 아버지 고향이자 내 고향이기도 하다. 또 10년 전 서산지청장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충청민의 따스한 심성을 알기에 다시 이곳에 온다는 소식에 남다른 감회를 가졌다. 특히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검사장으로서 법과 원칙의 준수를 검찰의 첫 번째 사명으로 선언했다. 법과 원칙의 준수는 지역민들의 욕구 충족, 기대감 만족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을 생각이다.”
-대전지검에 부임하자마자 지청장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연 이유와 강조한 점은.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불합리한 업무구조를 개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업무관행을 정립하고, 신나고 즐거운 검찰분위기를 만들자'는 생각을 가졌다. 이를 관내 지청장들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시행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벌금 합리화 방안을 마련, 시행키로 했다. 벌금 합리화 방안은 '생활이 극도로 곤란하거나 고령 등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벌금 구형 시 기준보다 적게 구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 기조부장 시 초유의 검찰총장 업무대행을 맡았다. 그 때의 소회 및 검찰 위기에 대한 대책은.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태들이 발생했고, 짧은 기간 검찰총장 업무대행을 맡았다. 5일간 매일 아침 성당에 가서 기도를 했고, 검찰 내 조직 구성원들과 중지를 모아 잘 헤쳐 나갔다. 검찰의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위기는 잘 극복하면 미래사회를 지탱하는 초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검찰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다.”
-2007년 병역비리 사건 당시 차분한 수사지휘와 적절한 브리핑으로 호평을 받았다. 향후 브리핑제의 운영 방안은.
“지난 2007년 서울동부지검 차장 시절 60여 곳의 병역특례업체를 수사해 100여 명을 부실복무 혐의로 적발했다. 이 수사 과정에서 '왜 사회지도층이 병역특례 문제에 빠져 드는 것'인지를 조사하고, 향후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련의 노력으로 병역특례지정업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밝혀냈고, 병무청에서 병역비리를 막기 위한 특례요원 선발요건을 개선하는 등의 계기가 됐다. 결국 검찰의 업무영역은 해당 사건의 수사나 기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참된 자세다. 이와 함께 현재 각 지검에서 운영 중인 스크린도어나 브리핑제는 대검의 개선안이 나오는 데로 대전지검에 맞게 병행 운영할 계획이다.”
-검사로서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 2004년 서울동부지검 근무 시절 한 10대 청소년이 택시강도 혐의로 구속돼 송치된 사건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구속 송치된 사건을 기소 유예해 석방하기에는 힘들었다. 그러나 당시 피의자가 10대였고, 생계가 곤란해 이틀을 굶은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인간적인 잣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당시 이례적으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결정을 내려 석방했다. 법은 무섭고 어렵지 않다. 법은 쉽고 관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관용을 강조했다. 관용의 의미는 무엇이고, 왜 강조하는가.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우리의 고객인 지역민들의 욕구와 필요가 무엇인지 겸손한 마음으로 찾아내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철학으로 관용을 강조했다. 검찰은 범죄 발생의 사후처리가 아닌 특별예방까지 신경써야 한다. 검찰의 따뜻한 배려가 전달될 때 범죄자들은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검사들이 실적에 집착해 성과위주의 수사만 진행된다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나 모순, 범죄예방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과제다. 검찰과 인연을 맺어 보탬이 될 수 있는, 감사함을 느끼는, 개선이 되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지역민들이 원하는 곳에 검찰권을 행사하겠다.”
정리=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사진=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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