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구제책에도 불구,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내 주식시장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된 끝에 대폭락장을 연출했고, 외환시장 역시 치솟는 환율에 속수무책이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도가 환율 상승을 불러오고, 환율 불안은 다시 실물경제를 불안하게 하며 주가를 폭락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 낙폭 109포인트, 1000선 붕괴 현실화=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84.88포인트(7.48%) 떨어진 1049.71로 장을 마치며 종가로 지난 2005년 7월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이날
증시는 1100선이 붕괴된 1089로 장을 시작, 밀려드는 투매성 매물에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올 들어 10번째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이어진 투매성 매물에 장중 한 때 106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1028.50까지 폭락하는 등 1000선 붕괴 우려를
가시화했다.
자금 회수에 나선 외국인들은 1071억 원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기금의 1890억 원대 매수에도 불구, 프로그램 매도로 649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만이 1387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들어 최초로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된 코스닥시장도 전일보다 26.58포인트(7.92%) 하락한 308.95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환율, 잃어버린 10년? 돌이키기 싫은 10년=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80원 폭등한 1408.8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1998년 9월 23일 이후 종가
1400원을 돌파했다.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달러당 57원이나 폭등한 환율은 개입성 매물도 무색케
했다. 특히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 신청과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소식에 소규모 거래도 곧바로 폭등세로 이어지는 등 심리적
공황이 시장을 더욱 불안으로 몰고 가는 상태다.
이날도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30억 달러로 지난달 하루평균 거래량 80억 달러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상승폭은 이를 압도했다.
자본을 거둬드리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에 불안심리마저 가세하며 환율과 주가 모두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계 역시 이미 시장에 만연한 공포감으로 기술적 분석이나 예측이 무력화되면서 동요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공포심리가 실물경기로 역전이 되는 현재 상황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더 이상 실물이 아닌 심리가 지배하면서 각종 지표의 분석은 의미가 없다"며 "자본을 거둬드리고 있는 외국인
매도물량에 불안한 투자자들의 투매성 매도까지 가세하며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