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의 A(16) 양은 최근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담임교사와의 불화 등으로 전학을 원했지만 단일학군인 대전에선 다른 고교로의 전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A 양의 부모는 자퇴만은 막기 위해 전문계고까지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학교생활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A 양에겐 우울증이 찾아왔고 병원진단서, 위센터 상담일지, 학교 생활지도 상담일지, 학교 부적응 사유 등의 서류를 갖춘 후에야 시교육청 차원의 전학 심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 주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유성구 B(16) 양 또한 전학을 가지 못해 고통받긴 마찬가지. 교내 폭력이 외부에 알려지길 꺼린 학교는 학교부적응의 이유를 B 양의 탓으로만 돌렸고 전학 요청은 “원칙상 불가”라는 말로 번번이 고사됐다. 두 달 넘게 고통에 시달리던 B 양은 결국 부모 곁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힘든 선택을 해야 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대전지역 고교생들이 고통받고 있다.

단일학군인 대전에선 고교 간 전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학교부적응 학생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폭력, 왕따, 환경부적응 등의 특수상황으로 전학을 요하는 경우에도 병원진단서, 전문 상담가 상담일지, 담당교사 생활지도 일지 등의 서류를 갖춘 후 시교육청의 심의를 거쳐야 해 사실상 전학까지 가기는 요원하기만 한 현실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 고교생 중 학교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411명에 달했다.

가출이나 비행 등 개인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이 73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 학생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들 중 상당수 학생들이 전학조치만 적절히 이뤄졌어도 구제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단일학군으로 고교 평준화를 유지하고 있는 대전의 경우 인문계 간 전학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사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대전 모 고교 교사는 “부적응 학생들을 끌어안아야 할 학교가 제도적으로 이들 학생을 포용할 길을 막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매년 발생하는 수백 명의 학업중단 고교생 중 그나마 전문계고로 전학조치되는 아이들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폭행, 왕따 등으로 학교적응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학 조취를 취하고 있지만 복잡한 서류로 인해 극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학교부적응으로 전학 조치된 고교생은 10명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학절차를 쉽게 하면 학생들이 너도나도 전학을 요청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품에 안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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