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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에서 벼농사를 짓는 임 모(61) 씨는 “주변에서 논 가진 사람들 중에 올해 풍년을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매번 윤년 때마다 잘해야 평작이더니 올 윤년은 바라지도 않던 풍년이 올 것 같다”고 한숨졌다.
올해 벼 농사 풍작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작 이를 반기는 농민은 적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풍(大豊)으로 올해 충청지역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쌀이 남아돌면서 지금까지 농민들에게 큰 근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남도 내 쌀 생산량은 89만 5657톤으로 근래 들어 보기드문 대풍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충남지역 쌀 재고량은 11만 374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고, 도내 각 정미소마다 쌀이 넘쳐났다.
이후 본보의 내 고장 쌀 팔아주기 운동을 통해 충남·북도와 농협 및 관내 유관기관 등이 대거 쌀 소비 촉진에 나선 결과 지난달 말 현재 도내 쌀 재고량(공공비축분 제외)은 충남과 충북이 각각 3만 7100톤, 1만 7600톤으로 감소하며 내달까지 재고 소진이 가능해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7~8월 쌀 비수기를 맞아 수출 확대와 가공식품 개발, 업체 릴레이 판촉전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전개, 추수기까지 전량 소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농민들의 걱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충남도에서 수매할 쌀 규모는 8만 4000톤으로 전년보다 16% 줄었고, 농협도 최근 전국 쌀 10만 톤을 매입한 터라 올해 수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매입가격도 40㎏ 당 4만 9020원(건조벼·1등급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실제 거래가격은 크게 내릴 가능성이 높다.
쌀 가격은 전국 140여 개 RPC(종합미곡처리장)에서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거래된 평균치로 결정되는데, 올해 개인이 보관했다가 쌀 값 폭락을 경험한 농민들이 이번 추수 때에는 일시에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농민단체 회장은 “매년 생산량 변화에 크게 휘둘리는 쌀 값은 수요공급 상의 문제보다는 정책의 부재에 더 큰 원인이 있다”며 “대북지원 대안으로 빈곤층을 지원하고, 수입쌀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