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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지역민을 배려하고, 소년소녀가장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 검사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배려’를 업무와 생활 속에서 습관화해 조직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강조한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
상대방의 입장을 우선 배려하며 불우한 이웃을 돕는 온화한 인품을 가진 채 고검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다. 채 고검장은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12·12’, ‘5·18’ 사건을 담당, 당시 두 전직대통령을 직접 조사했으며, 2003년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수사에도 참여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12일 대전고검장으로 취임한 채동욱 검사장의 발자취를 반추하고,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대담=김도운 제2사회부장
-대전고검장으로의 취임 소감은.
“대전·충청지역은 과학기술의 요람이자 교통의 중심지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행정·문화·경제의 중심지다. 이 지역에 고검장으로 부임한 것이 무척 영광스럽다. 특히 지난 2004년에 서산지청장으로 근무한 후 5년 만에 다시 근무하게 돼 각별한 소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검찰의 중추인 이곳 대전고등검찰청을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사나 공식 석상에서 항상 '배려'를 강조한다. 배려는 무엇이고, 왜 강조하는가.
“취임식은 물론 월례조회에서도 '배려를 업무와 생활 속에서 습관화해 조직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말한다. 배려는 자신과 자신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과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입장을 항상 바꾸어 놓고 생각을 하는 것, 즉 역지사지를 생활화 하자는 의미다. 특히 검찰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려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와 다른 사람, 상하는 물론 동료들과의 입장을 항상 바꿔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배려를 실천할 때 우리 스스로 생활하면서 업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사소하게 부딪치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어려움이 눈 녹듯이 전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거창한 구호나 제도개선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각자 일하는 과정에서 상대방 입장에 서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검찰 개혁의 중요한 방향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검찰이 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위기에 대한 대책은.
“위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찰의 위기는 검찰이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기본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기본은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법률과 원칙에 따라 책무를 수행하고, 지역민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검찰 구성원 모두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추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덕성과 지혜를 갖추도록 노력하면서 지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관장으로서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편안하고 화목한 직장분위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검찰 내 ‘특수통’,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떤 검사였나.
“기획보다는 수사에서 더 많은 일을 했다. 평검사 시절에는 주로 강력, 마약 사건을 전담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치면서 고위공직자 비리, 기업 비리 등 특수수사에 치중해 왔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매 의혹 사건, 현대·기아차의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이양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사건,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한 고발 사건 등을 처리했다. 무엇보다 1995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임 시절 대검 중수부에 차출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를 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지켜봤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1년 넘게 직접 수사하면서 역사의 냉엄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러나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직무수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업보를 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저지른 범죄를 제쳐놓고 본다면 수사의 결과로 피의자는 구속되거나 심지어 가정이 와해되는 불행한 상황에 놓인다. 수사의 주체인 검사로서 죄와 벌에 대해 많은 인간적 고뇌와 소회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주위에서 ‘1004호 검사’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지난 1997년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재임 시절 범죄예방위원회와 공동으로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1대 1 자매결연 행사를 주최한 일이 있다. 범죄예방위원 102명이 매월 10만 원씩 걷어 모두 1020만 원을 지역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의 주최인 검찰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료 검사들과 직원들이 동참해 모두 4계좌를 개설, 소년소녀가장들을 도왔고, 서울지검으로 다시 올라가서도 소년소녀가장 지원 업무를 직원들과 동참했다. 그 때 내가 근무했던 방이 바로 서울지검 1004호 검사실이다. 당시 내가 좋아한 일인데 누군가에게 알리기 싫어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서울지검 1004호로 기부했다. 결국 내 이름을 몰랐던 한 학생이 감사의 편지를 서울지검 1004호로 써서 보내면서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 내 정체가 탄로났고, 그 때부터 1004호 검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대전·충청지역의 검찰 운영방향은.
“충청지역이 성숙한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기본으로써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반칙이나 특권, 불법적 집단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과 시도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을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혜택을 보고, 법을 어기는 사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반드시 불이익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법 질서 확립으로 신뢰의 물결이 지역사회 전반에 확산된다면 지역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검찰은 국민 개개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철학이다. 또 열린 마음으로 사법서비스의 고객인 지역주민의 마음을 읽고, 지역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검찰이 되겠다.”
정리=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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